"북두산 입산 금지" 재난문자·대피…긴박했던 고령군 사설목장 암사자 탈출 1시간 (종합)

입력 2023-08-14 18:28:50 수정 2023-08-14 19:29:35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덕곡면 목장서 탈출, 근처 숲 앉아있다 사살
동물 전문가 "당국 대응 비난 안돼"…환경청 신고 후 적법 절차로 사육

고령군 한 사설 목장에서 사육하던 암사자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1시간여 만에 사살됐다. 사진은 사살 직전 암사자 모습. 고령군 재난 대응 SNS 캡처
고령군 한 사설 목장에서 사육하던 암사자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1시간여 만에 사살됐다. 사진은 사살 직전 암사자 모습. 고령군 재난 대응 SNS 캡처

경북 고령군 한 사설 목장에서 사육하던 암사자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1시간여 만에 사살됐다.

14일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목장에서 암사자가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오전 7시 23분쯤.

목장 주인 A씨는 오전에 목장을 순찰하던 중 암사자 우리가 열린 것을 보고 급히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합동 수색한 끝에 오전 8시 34분쯤 목장에서 아래 방향으로 15∼20m 떨어진 풀숲에서 발견돼 사살됐다.

앞서 고령군은 곧바로 옥계리 한 목장에서 암사자 1마리가 탈출했다며, 목장 주소와 함께 목장과 인접한 북두산 입산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인근 캠핑장에 머물던 70여 명은 덕곡면사무소와 카페로 대피하기도 했다.

인근 성주군과 대구 달성군, 경남 거창군과 합천군에서도 암사자 탈출과 가야산 입산 금지를 알리는 안전 문자를 발송하는 등 긴박한 순간이 벌어졌다.

암사자는 목장에서 멀리 도망가지 않고 풀숲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고령군 엽우회 관계자는 "수색을 시작한 지 20∼30분 지났을 때 사자를 발견하고 나와 동료 엽사가 총 2발을 쏴서 사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계 기관이 다 현장에 왔는데 암사자가 맹수이고, 민가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마취총을 맞더라도 마취가 되는데 시간이 걸리니 사살하기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경찰도 암사자를 사살한 데 대해 현장에서 고령군, 소방당국 등과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위험 동물로 지정돼 있거나 동물이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 현장 기관의 판단하에 사살을 결정할 수 있다고 대구환경청은 설명했다.

동물전문가도 "위험 상황에서 암사자를 사살할 수밖에 없었던 당국의 대응을 비난해선 안 된다. 암사자를 소홀히 관리한 관리 주체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또 이를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당국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를 탈출했다 엽사에 사살된 암사자. 경북소방본부 제공
우리를 탈출했다 엽사에 사살된 암사자. 경북소방본부 제공

이날 사살된 사자는 2008년 강원도 주소지 소유자에게서 고령군 소유자에게 넘어오면서 대구지방환경청에 양도·양수 신고가 됐고, 사육시설 설치 등록을 해 적법한 절차로 사육됐다.

암사자가 있던 목장은 지난해 8월 새 주인이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목장을 인계받았다는 A씨는 언론에 "소를 방목하며 키우려고 왔는데, 와보니 사자 2마리도 있었다. 인수하기 전에 수사자는 죽었다"며 "암사자는 평소 사람이 손을 대고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 유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인수 당시 맹수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서 환경청에 문의했는데 인수하거나 처리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며 "동물원에도 의뢰했지만,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있을 수 있다며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자를 키우고 싶어서 키운 게 아니다. 환경청에 사자 처리를 요청하며, 동물원에 기부나 대여하길 요청했으나 맹수 특성상 서열 다툼이 나면 동물원의 다른 사자가 죽는 등 우려로 다들 거부했다고 한다"며 "직전 주인도 처분하고 싶어했다"고 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번 사자 탈출 및 사살과 관련해 '사람 잘못으로 애꿎은 사자만 목숨을 잃었다', '마취총 쏘지 툭하면 사살이나', '사자가 무슨 죄냐 미안하다 사자야' 등 비난과 추모의 글이 이어졌다.

경찰은 전날 A씨가 암사자에게 먹이를 준 뒤 우리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정확한 탈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