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대신할 바그너 그룹의 새 수장을 직접 거론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프리고진과 그룹 지휘부 간 분열과 함께 그룹이 여전히 자신의 통제 아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14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프리고진 등 바그너의 고위급 사령관 35명을 크렘린궁으로 불러 바그너 그룹의 임원이자 대령 출신인 안드레이 트로셰프를 바그너 그룹의 새 지도자로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회색 머리'라는 뜻의 콜사인 '세도이'로 불리는 트로셰프의 지휘 아래 바그너 그룹이 단일 부대로 전투를 지속할 것을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코메르산트 기자에게 "용병들은 한데 모여 복무를 이어갈 수 있고, 그렇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며 "늘 그들의 진정한 상관이었던 인물이 그들을 계속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프리고진은 자신의 면전에서 '새 수장'을 언급한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용병들이 반대할 것"이라며 동의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지목한 트로셰프는 아프가니스탄과 체첸, 시리아 전쟁 등을 경험한 지휘관으로 바그너 그룹의 창립 멤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옛 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간 복무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두 차례 붉은별 훈장을 받았고 옛 소련 몰락 후에는 러시아 내무부 소속 특수부대(SOBR)에서 사령관으로 복무하기도 했했다.
전문가들과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다라 마시콧은 "푸틴이 바그너 그룹을 언제든지 불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바그너 그룹과 프리고진을 분리시키려는 것"이라며 "푸틴은 여전히 바그너 그룹이 필요하지만, 프리고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은 "무장 반란 실패 후 크렘린궁이 펼치고 있는 홍보 공세의 핵심은 푸틴이 모든 것을 확실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푸틴은 러시아 대중에게 '좋은 바그너(용병들)' 대 '나쁜 바그너(프리고진)'라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퍼뜨리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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