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등장한 사교육 경감 대책… 효과는 '갸우뚱'

입력 2023-06-26 17:17:22 수정 2023-06-26 21:03:10

26일, 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 2014년 이후 9년 만
'킬러문항 배제', '단속' 등에 쏠려… 수능 포함 대입 개편 논의 포함됐어야
대학 서열화 등 교육 외적인 분야도 살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교육부는 공교육 내 교과 보충 지도, 현장 교사 중심 대입 공공 컨설팅, EBS유료강좌 무료제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26일 발표했다.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 입시 학원가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교육부는 공교육 내 교과 보충 지도, 현장 교사 중심 대입 공공 컨설팅, EBS유료강좌 무료제공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26일 발표했다. 이날 오후 대구 수성구 입시 학원가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가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수능에 출제됐던 '킬러문항'을 공개한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사교육비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물음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킬러문항 출제 배제 등을 골자로 하는 '사교육비 경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교육 경감 대책이 나온 것은 지난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 시행에 따른 선행교육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이 발표된 지 9년 만이다.

이날 발표된 대책엔 킬러문항 배제 외에도 수능 출제위원들의 사교육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영어학원의 편법 유치원 운영을 점검하는 방안들도 담겼다.

그러나 사교육 문제는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노동시장의 임금·근로조건, 저출생 현상 등과 복합적으로 엮여있는 데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고선 해결되기 어렵다. '킬러문항 배제', '단속' 등에 초점을 둔 이번 대책들이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킬러 문항 배제로 중위권 이하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절감될지도 미지수다.

최상위권은 킬러 문항 때문에 사교육에 기대는 경우가 많지만, 중위권 이하는 킬러 문항 공략보다는 학교 내신 대비, 기초 학력 등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수능을 포함한 대입 문제 전반을 함께 논의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교육계 인사는 "수능에 킬러 문제가 등장한 건 문항 유형 대부분이 간파돼 수능 체제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또한 교육과정 축소로 인한 수능 시험 범위 및 문항 수 감소, 영어 절대평가 도입 등 정부가 내놓은 기존 대책들로 인해 오히려 킬러 문항 출현이 잦아졌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교육을 잡기 위해선 교육 분야만이 아니라 교육 외적인 분야에서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학 서열이 여전히 공고하고, 의대·명문대 졸업장이 고소득 일자리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에서 더 나은 대학에 가려는 학생·학부모의 욕구는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욕구에서 비롯된 사교육은 쉽게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나, 비정규직으로 노동 시장에 진입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어려운 노동시장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도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구지부장은 "근본적으로 사교육 성행은 '상급학교 서열화'에서 기인하는 문제인데, 이를 건드리지 않는 사교육 경감 대책은 결국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사교육 과열 중심에 있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존치하기로 했으면서 사교육을 축소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글로컬 30으로 지역대학 30개가 정말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학벌주의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