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大 외국인 유학생 2배↑…"일자리로 눌러 앉히자"

입력 2025-04-23 17:12:24 수정 2025-04-23 19:13:14

유치에서 정착으로…대학 생존 전략으로 급부상
언어 장벽·중도 탈락률 증가…정착형 유학생 정책 절실

지난 23일 대구대 글로벌 넥서스 라운지 오픈행사에서 참석 외국인 학생들이 윳놀이를 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지난 23일 대구대 글로벌 넥서스 라운지 오픈행사에서 참석 외국인 학생들이 윳놀이를 하고 있다. 대구대 제공

지역의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권 대학들은 3년 새 외국인 유학생 수가 두 배 이상 늘었고, 일부 대학은 재학생 5명 중 1명이 외국인일 정도다. 하지만 언어 장벽과 학업 부적응, 중도 탈락 등 관리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제는 단순 유치 중심에서 학업·취업·정착까지 이어지는 통합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기업 인력 수요와 유학생 취업 욕구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지역 기반 협력도 요구된다.

◆유학생 유치 급증…양적 확대의 그림자

23일 교육부와 각 대학 자료에 따르면, 대구권 7곳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22년 5천550명에서 올해 1만2천72명으로 11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적 학생 중 외국인 비율은 3.9%에서 8.8%로 높아졌다.

대학별로는 대구한의대가 2022년 173명에서 올해 1천637명으로 9.5배 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외국인 비율은 20.1%로 7곳 중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대구가톨릭대도 242명에서 1천372명으로 466.9% 증가했고, 경일대(194.3%), 계명대(103.7%), 경북대(76.2%), 영남대(70.1%), 대구대(22.0%)가 뒤를 이었다. 경일대(11.5%)와 계명대(10.6%) 등도 외국인 비율이 두 자릿수에 달한다.

국적 분포에선 유학생 편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올해 대구권 대학 외국인 유학생의 국적은 베트남 41.8%와 중국이 26.9%로 두 국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우즈베키스탄(10.1%), 몽골(5.8%), 미얀마(2.7%) 등의 순이었다.

일부 대학은 국적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일대는 키르기스스탄, 계명대와 대구대는 몽골, 대구한의대는 우즈베키스탄의 유학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유학생 수 증가에 비례해 질적 관리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중에서도 언어 능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대구권 대학의 학위 과정 외국인 학생 중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 등 '언어 능력 충족 비율'은 지난해 30.2%로, 2022년(38.6%)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유학생 10명 중 7명은 수업 이해가 어려운 수준인 셈이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교수들은 수업은 물론 질문과 응답을 번역기 통해 주고받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는 결국 중도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일반대의 외국인 유학생 중도 탈락률은 2019년 4.7%에서 2023년 7.1%로 높아졌다. 대구권 대학 중 중도 탈락 유학생 비율(2023년)이 20%가 넘는 곳도 있다.

한 대학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의 상당수가 번역기로 이뤄질 정도로 여전히 언어 장벽이 높다. 이로 인해 학습 수준을 낮추거나 토론과 심화 수업은 아예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정착 중심 정책 전환 필요…지역특화 비자 등 제도 개선

교육부와 법무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인증제는 일정 기준 이상의 유학생 관리 역량을 갖춘 대학에 한 해 유학생 비자 발급을 허용하고, 불법 체류율이 높은 대학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제도다. 인증제에는 유학생의 체류 비율, 중도 탈락률, 졸업 후 진로 현황 등이 평가 지표로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대학이 유학생을 유치할 때 어학 능력, 재정 능력 등 기본 자격을 철저히 심사하겠다"며 "유학생이 입국하는 단계부터 국내 체류 전 과정에 걸쳐 촘촘하게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인증제를 적극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현행 유학생 정책은 유치에 집중돼 있어, 학업·취업·정착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지원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해 초 '지역특화형 비자(F-2-R)' 제도를 통해 인구감소지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고 취업한 유학생에게 장기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인 인재의 정착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대구에선 서구와 남구가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지자체들도 이에 발맞춰 유학생 유치와 정착을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유학생 대상 취업 박람회, 정주 설명회, 지역 기업과의 매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을 비롯해 전북과 충북 등은 농업과 식품제조업, 자동차부품업 등 지역의 핵심 산업과 유학생을 연계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유학생 비자 제도 역시 정비가 필요하다. 유학생이 졸업 후 구직 비자(D-10)를 취득해 최대 2년간 국내에서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로 이 요건을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TOPIK 4급 이상 등 일정 수준의 언어 능력과 소득 요건, 재정 증명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특정활동 자격'(E-7·한국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외국인 인력을 기업 등에서 고용하도록 한 것)을 확대하고, 이공계 졸업자 및 지역 정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거주 자격 전환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유학생 정주 지원 강화 사업'을 추진 중인 계명대의 민경모 국제처장은 유학생의 단순 유치가 아닌 정착 지원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 적응력을 높이고 직무 기반의 한국어 교육을 벌이는 한편 기업 연계와 취업 매칭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경모 국제처장은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협력해 대구 등 지역 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직무 상황에 활용 가능한 한국어를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 차원에서 일부 지역에만 지정된 지역특화형 비자를 확대하고, 연봉 등과 같은 비자 요건도 일부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