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르, '양다리 의족' 딛고 에베레스트 사상 첫 등정

입력 2023-05-21 16:09:25

아프간전에서 해리 왕자 등과 싸우다 두 다리 잃어
자살 시도와 알코올 중독 딛고, “장애인들에 삶의 투지 보여주고파”

사상 최초 두 다리 의족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네팔 출신 하리 부다 마가르. 연합뉴스
사상 최초 두 다리 의족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네팔 출신 하리 부다 마가르.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던 구르카 용병 출신 네팔 남성 하리 부다 마가르(43)가 두 다리에 의족을 착용하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천848.86m) 정상에 올랐다. 20일(현지시간) 히말라얀타임스 등 네팔 매체는 마가르가 이날 오후 3시10분쯤 등정에 성공했으며, 이미 캠프2로 내려온 상태라고 보도했다.

무릎 위까지 절단돼 두 다리 모두 의족에 의지한 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마가르는 이번에 셰르파 4명 등과 등정에 나섰으며, 등반 속도는 다른 산악인보다 3배 가량 느렸다고 한다. 마가르는 이번 등반에 앞서 "장애인들이 가진 용기와 투지를 세계에 보여주고 사람들을 고무하는 롤 모델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네팔 북동부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구르카 용병이 되어, 아프간에서 영국의 해리 왕자 등과 함께 싸우다가 2010년 4월 두 다리를 잃었다고 힌두스탄타임스는 보도했다. 두 다리를 잃은 후 절망에 빠진 끝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고, 알코올 중독에도 빠져있었다.

절망에 빠진 마가르를 일으켜 세운 건 아내와 세 아이. 그는 스카이다이빙, 스키 등을 통해 삶에 대한 열정을 찾아갔다. 유럽 몽블랑, 네팔 메라피크 등 여러 고봉도 오르며 불굴의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양다리 의족을 착용한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천350m)까지 올랐다. .

※용어설명

◆구르카 용병=세계 최강 용병 집단 중 하나로 꼽히며, 특히 1차·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용병으로 이름을 떨쳤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2001년 이후에는 사설 경호원 등으로 아프간에도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