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아무 관계 없어…러 대변인 거짓말"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실 청사격)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러시아가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 보도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회의를 통해 이번 사건을 두고 "공격의 배후에는 분명히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테러 행위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이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실행할 뿐"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아울러 "미국이 종종 목표물을 지정하는 것도 알고 있다. 미국은 우리가 이같은 내용을 안다는 걸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철저하고 시급한 수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전날인 3일 크렘린궁은 성명을 내고 "전날(2일) 밤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드론)로 크렘린궁 대통령 관저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다. 2대의 무인기가 크렘린궁을 겨냥했으나 군 방어 체계로 드론을 무력화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으며, 건물 피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 없었다.
이어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행위는 5월 9일 전승절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한 것이다. 계획된 테러 행위로 간주한다"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러시아는 언제 어디서든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늘 미국을 배후로 지목한 전화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에 대해 어떤 수단으로 보복할지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응할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 대응에는 러시아 국익에 부합하는 신중하고 균형 잡힌 조처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드론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대규모 테러 공격의 구실로 사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르히 니키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도 같은 맥락에서 CNN에 "(크렘린궁 드론 공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러시아는 상대가 예상할 수 있는 속임수(Trick)를 썼다"고 비판했다.
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워싱턴포스트에 "(크렘린궁 드론 공격에 대해) 우리는 전혀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MSNBC에 "우리는 이 일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커비 조정관은 페스코프 대변인을 가리키며 "순수하고 단순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도 표현하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국경 밖 공격을 지지하거나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및 크렘린궁 건물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한 드론보다 3국(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세 치 혀' 공방의 화력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러시아가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 공격의 명분 내지는 빌미로 삼을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측 전망은 즉각 현실로 나타났다.
4일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크렘린궁 드론 공격 사건 발생 다음날 새벽에 자폭드론 24기를 출격시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요 도시인 오데사 등지에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24기 드론 가운데 18기는 격추됐다고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공격으로 사망자 및 부상자가 발생했는지 등 피해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자폭드론 공격에 앞서 전날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을 가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는 23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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