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비겁한 국민의힘

입력 2023-05-02 20:16:26 수정 2023-05-03 11:41:03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사유는 '제주 4·3은 김일성의 지시' 발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JMS(기독교복음선교회)에 빗대 비난한 것'이라고 한다. 태 최고위원은 민주당을 'JMS'에 빗대 비난한 것에 대해 '보좌진의 실수'라고 밝히고, 곧바로 사과했다. 결국 태 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는 '제주 4·3 발언'이 주요 이유인 셈이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하기 위한 남로당의 무장 봉기'와 '민중 항쟁'으로 논쟁이 분분하다. 무장 폭동이든 민중 항쟁이든 수많은 희생자를 낸 우리 역사의 큰 비극이고 아픔이다. 어느 쪽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비극이 되기도 하고, 비극이 아닌 것이 되기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비극의 원인'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북한 애국열사릉에 4·3 사건 주동자 김달삼, 고진희 묘가 있다 등)을 밝혔다고 징계 사유가 되는가?

징계 거리가 아님에도 징계하겠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비겁한 정당, 웰빙 정당, 현실 안주 정당이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해 수도권에 폭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야당은 대통령을 향해 마치 슈퍼맨이라도 돼야 한다는 듯이 비난했다. 야당의 도를 넘는 공세에도 국민의힘의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뭇매를 맞았을 때도 국민의힘은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덜컥 발표부터 한 잘못이 있다면 논란이 된 시점부터라도 토론을 시작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번 검증해 보자'는 목소리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제주 4·3 관련 논란이 나왔으면 당 차원에서 토론회나 세미나를 열어 따져 봐야 한다. 그런데, 그냥 '징계하겠다'고 한다. 사실과 진실은 알 바 아니고, 나만 안 다치면 된다는 식이다. 좌파가 들고 일어서면 물러서는 정당, 그런 꼴이니 자기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하는 거다.

'제주 4·3 사건'이나 '김구가 김일성에게 이용당했다'는 역사 문제조차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없는 정당이 노동, 교육, 연금 개혁을 어떻게 해내겠는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이 왜 나오겠나.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