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대덕문화전당 공연전시기획담당 주무관
Divorced(이혼하고), Beheaded(참수당하고), Died(죽은) 여섯 왕비의 이야기가 세계 뮤지컬의 양대 산맥인 웨스트 앤드와 브로드웨이를 강타하고 한국에 상륙했다. 이름하여 '뮤지컬 SIX'.
이 작품은 영국의 왕 헨리 8세와 결혼했던 여섯 명의 왕비 이야기를 재해석한(Historemix) 콘서트형 팝 뮤지컬로 대학생 두 명의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다니던 토비 말로우(Toby Marlow)가 친구 루시 모스(Lucy Moss)와 함께 대영제국의 왕이었던 헨리 8세가 아닌 '이혼하고, 참수당하고, 죽은' 여섯 왕비의 이야기를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세계 최대의 예술 축제)에 올린 것이다.
두 사람은 어쩌면 역사책에서 몇 줄의 설명으로 끝날지 모를 여섯 왕비의 이야기를 모으고 모아 그녀들에게 아델, 비욘세, 아리아나 그란데 등 유명 팝 가수들의 이미지를 더해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여섯 왕비를 마치 '아이돌'로 만들어 현대 뮤지컬에 걸맞는 옷을 입히고 역사적 사건을 재치 있게 구성한 '뮤지컬 SIX'는 2017년 에딘버러를 출발해 무려 4년 만인 2021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는 돌풍을 일으킨다. (사실 2020년 초 브로드웨이 입성이 결정 났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브로드웨이가 폐쇄를 결정해 2021년 9월에 비로소 막을 올리게 되었다.)
필자는 대학생들의 치기 넘치는 '발칙한 상상'에서 출발한 이 작품의 내한을 손꼽아 기다린 한 사람으로서, 지난달 한달음에 달려가 두 대학생의 상상력에 흠뻑 빠져들어 즐기고 왔다.
서로 대화도 해보지 않았을 여섯 명의 왕비를 한 자리에, 아니 한 무대에 올려서 '감히' 왕을 비난하고, 자기변명을 노래하고 있다니. 게다가 뮤지컬 넘버들은 또 얼마나 주옥 같은지!
두 대학생의 '발칙한 상상'으로 인해 600년이 지난 2023년에 헨리 8세에 가려져 있던 여섯 왕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됐고, 뮤지컬계는 또 하나의 신선한 월드 콘텐츠를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이토록 위대한 '상상력'의 힘이라니!
생각해보면 고전 속 '빨강머리 앤'도 풍부한 상상력으로 현실의 고통을 희망으로 바꿨고,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도 상상력을 망가트리는 고아원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상상력과 그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속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새삼 생각해본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모두 유튜브 알고리즘이 가져다주는 영상 대신 오늘부터 '1일 1상상력 펼치기'를 실천해보자. 혹시 모르지 않는가? 나의 혹은 여러분의 상상력이 언젠가 대구를 넘어 브로드웨이에 서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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