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해 학교·학원까지, 일상으로 파고들어
약물 종류·사용법 쉽게 노출…마약사범 36% 10·20대 차지
지난해 청소년 481명 적발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이른바 '마약 음료수 사건'이 벌어지자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든 마약류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SNS로 누구나 쉽게 마약류 정보에 접근하면서 10대, 20대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20∼40대 남녀 4명이 중·고등학생들에게 집중력에 좋은 약이라며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마시게 했다. 이들은 재구매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가장해 부모의 전화번호를 입수하고 자녀가 마약을 마셨으니 협조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마신 피해자는 학부모 1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일상을 파고든 마약류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SNS에 지역명을 넣고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광고 게시물 여러 건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판매자들은 저마다 안전한 거래를 약속하며 구매자들을 유혹했다. 약물 종류와 사용법에 관한 정보도 너무 쉽게 노출됐다.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자 마약 사범의 나이도 점점 어려지고 있다. 학교나 학원도 더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이 지난해 9월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에서 적발된 1만626명의 마약사범 가운데 10대와 20대 비중이 35.9%(3천816명)에 달했다. 4년 전인 2017년에는 전체(8천887명)의 17.4%(1천547명)에 그쳤다. 5년 만에 2배 넘게 급증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대검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10대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19살 이하 청소년은 481명으로 2013년(58명)과 비교해 8배 넘게 증가했다.
대구에서 붙잡힌 마약사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올해 3월까지 마약사범 81명을 검거해 이 중 17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4명보다 9.45% 늘었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이번 사건을 유례가 없는 심각한 범죄로 규정하고 예방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11일 오후부터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수성구 범어동 일대에서 합동 캠페인을 열기로 했다. 대구청 마약범죄수사계 경찰관과 수성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도 오는 30일까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에 나선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유통으로 청소년들이 마약류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며 "10대 청소년 상대 마약류 범죄 첩보 수집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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