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정년 62→64세 연금개혁법 통과 '일하는 기간 늘려 재원 확보'

입력 2023-03-21 08:42:28 수정 2023-03-21 19:49:27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연금개혁 반대시위에서 한 남성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는 정부의 강행 움직임에 더욱 격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연금개혁 반대시위에서 한 남성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는 정부의 강행 움직임에 더욱 격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밀어붙인 연금개혁법이 통과됐다.

연금개혁에 반발해 프랑스 야권이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불신임안이 가까스로 부결되면서 자동 가결된 것이다.

▶프랑스 하원이 현지시간으로 20일 오후(한국시간 기준 21일 새벽) 표결에 부친 보른 총리 첫번째 불신임안은 278명 찬성으로 과반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프랑스 하원 전체 의석은 577석으로, 여기서 4석 공석을 제외한 573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7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9표 모자랐던 것.

이 불신임안은 자유·무소속·해외영토(LIOT) 그룹과 좌파 연합 뉘프(NUPES)가 공동 발의했다.

이어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별도로 발의한 두번째 불신임안에 대해서도 표결이 이뤄졌으나 이 역시 94명 찬성으로 과반에 크게 못 미쳐 부결됐다.

보른 총리는 앞서 하원 표결을 생략하고 연금개혁법안을 입법하는 헌법 제49조3항을 사용했다. 정부는 헌법 제49조3항에 따라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경우,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이에 야권에서 불신임안을 제출했으나 부결되면서, 정부가 제출한 연금개혁법안은 자동 가결됐다. 의회를 통과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의 골자는 프랑스 국민들의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2년 연장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일하는 기간을 늘려 연금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국민 정년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9월 1일부터 매년 3개월씩 늘기 시작, 2027년에는 63세 3개월, 2030년에는 64세로 높아진다.

아울러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리기로 약속한 시점을 2035년에서 2027년으로 8년 앞당긴다.

또 파리교통공사, 프랑스 전력공사, 프랑스 중앙은행 등 일부 공공 부문의 신입 직원들은 조기 퇴직을 허용하는 특별 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국민들의 일하는 기간을 늘리고 일부 혜택을 줄이지만, 강화 및 신설되는 혜택도 있다.

우선 최소 연금 상한을 최저임금의 75%에서 85%로 올린다. 이는 월 1천15유로(약 142만원)에서 월 1천200유로(약 168만원)로 인상하는 것이다.

또 은퇴에 임박한 고령 노동자들을 위해 2023년 11월부터 1천명 이상, 2024년 7월부터는 300명 이상 고용한 기업은 '시니어 지수'를 공개토록 했다.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이 빈번한 여성들을 고려, 출산이나 입양으로 자녀가 있는 여성 노동자에게 연금의 최대 5%를 보너스로 지급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했을 경우 그만큼 조기 퇴직을 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가령 16세 이전에 일을 시작한 경우 58세, 18세 이전인 경우 60세, 20세 이전이었다면 62세, 20∼21세에 진입한 경우 63세에 각각 퇴직이 가능토록 허용하는 것이다.

한편, 보른 총리 불신임안 가결과 연금개혁법 통과 직후 프랑스 곳곳에서는 6주 전부터 이어진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다시 거세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