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교육청, 성적관리 매뉴얼 점검 후 감사·징계 검토
모범생·활동 많은 학부모…교내 충격·자괴감 확산
시험 기간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리려 한 혐의(매일신문 7월 11일)를 받는 전직 기간제 교사가 구속됐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박민규 영장전담판사는 14일 전직 기간제 교사인 30대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이날 오후 2시부터 30분간 안동지원에서 부정처사후수뢰,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날 법정에 출두한 A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쯤 학부모 40대 B씨와 함께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 허락 없이 들어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말고사 시험지를 훔치려다 교내 경비 시스템에 의해 적발됐다.
조사 결과 학교 시설 관리자 C씨가 이들의 침입을 묵인한 사실도 드러났고 경찰은 이들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해당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A씨는 현재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기간제 교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학부모 B씨와 시설관리자 C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5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은밀한 거래
경찰은 A씨와 B씨 간 시험지를 두고 일종의 '거래'를 했고, 거래한 '시점이나 횟수' 등에 수사를 집중할 방침이다. 또 C씨가 공모하게 된 배경도 수사 대상이다.
해당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근무해 온 A씨는 B씨와 과거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B씨 자녀가 고교 1학년 당시 해당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것을 감안하면 서로 알고 지낸 지가 오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A·B씨가 이번 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학교에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 외에는 다른 학부모·학생 등과의 공모는 없다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지 유출 등) A·B씨가 과거 특정시점부터 이 같은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실 관계를 수사 중"이라고 했다.
이들의 부정행위가 확인될 경우에는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B씨 자녀의 성적에 대한 조치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수사를 하던 중 시험이 유출 정황 등이 확인된 상태다. 학부모 B씨와 학교 시설관리자 C씨 등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앞으로 시험지 유출 경위와 횟수 등을 조사할 것"이라면서 "B씨 자녀에 대한 학생부 성적 등은 경찰 조사가 완료되면 교육당국에서 처리할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모든 처분 따르겠다"
해당 학생은 이 학교에서 전교 1등을 유지하던 모범생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고교는 학년별 2~3개 학급의 소규모 사립학교로 성적 상위권 학생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전체 정원이 적어 학년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2~3명(정원의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해당 학생은 1학년 입학 당시부터 꾸준히 성적 상위권을 유지해왔고, 입시 전략 차원에서 자신의 성적보다 낮은 등급의 학교를 선택해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평소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모두들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시험 부정을 둘러싼 진상조사를 위해 14일부터 학교성적관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위원회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된 시험 성적을 전면 0점 처리하고 추가 징계를 검토할 방침이다. 학교 내부에서는 징계 수위에 따라 해당 학생에게 퇴학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고 이 경우 학적이 말소돼 검정고시를 통해야만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경북교육청은 현재 해당 학교가 성적 관리 전반에서 관련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또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교육청 차원의 정식 감사를 시행하고, 사립학교재단에 관련 교직원에 대한 징계를 권고할 계획이다. 실질적인 징계 권한은 해당 재단이 갖고 있다.
해당 학부모는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에 따르면 "모든 처분을 따르겠다"는 뜻을 학부모가 전달했고, 해당 학부모는 평소 학교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았던 인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한 부모의 삐뚤어진 사랑"으로 해석하며 아직 미성년자인 해당 학생이 받았을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정서적 지원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학교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아직 미성년인 학생의 마음에 큰 상처가 남지 않도록 피해·가해를 떠나 모든 학생들의 심리치료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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