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킹산직 VS 철밥통, 청년층의 선택은?

입력 2023-03-09 14:05:25 수정 2023-03-09 19:22:08

김봄이 디지털국 차장
김봄이 디지털국 차장

현대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직원 400명을 뽑는다는 채용 공고에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지원자가 몰렸다. '킹산직'(King+생산직), '꿈의 직장', '전 국민 오디션'이라는 말이 나오고, 현대차 기술직 수험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합격 족보'까지 등장했다. 지원자가 10만 명이 넘어설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데, 무려 경쟁률이 250대 1에 달하는 셈이다.

온도 차가 상당한 소식도 전해졌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3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5천326명을 선발하는데 12만1천528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약 22대 1 수준이었다. 2011년 93대 1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7급 공무원 경쟁률도 1979년 이후 가장 낮았다.

과거 공무원의 인기는 '철밥통'이라는 말로 대변된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IMF 외환 위기 당시 대규모 구조 조정을 지켜본 세대들은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 생산직에는 현직 7급 공무원이 지원했다는 말이 나오고,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실시된 한 온라인 투표에서는 '7급 공무원보다도 현대차 생산직이 낫다'는 의견이 64%에 달하기도 했다. '블루칼라'(제조업 생산직)를 꺼리고, '화이트칼라'(사무직)를 선호하던 세대는 어리둥절하다.

통계청의 '청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조사에서도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기관, 즉 공무원이 굳건한 1위였지만, 2021년에는 대기업이 1위로 역전했다. 공무원은 3위로 밀렸다.

청년들이 공무원보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산업연구원이 MZ세대의 직업 가치에 대한 연구(2008~2019년 10만4천511명 대학 졸업자 대상)에서 16개 직업 가치 요인의 중요도를 분석한 결과, 3위였던 '근로소득'이 1위로 올라섰다. '근로시간'도 6위에서 2위로 올랐다. 반면 '개인 발전 가능성'은 1위에서 6위로 하락했고, '고용 안정성'은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과거에는 '돈은 조금 적게 받아도 안정적이고 자기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직장을 선호했다면, MZ세대들은 '적게 일하면서도 많이 버는'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이다.

현대차 생산직의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9천600만 원이다. 전체 근로자 평균 4천42만 원과 비교하면 2배가 훌쩍 넘는다. 초봉도 5천만~6천만 원으로, 대졸자 평균 연봉 3천300만 원 수준보다 훨씬 높다. 주간 연속 2교대제로, 2개의 근무조가 매일 주간에만 8시간씩 일하는 방식이다. 야간 근무가 없고, 휴일에도 자유롭게 쉴 수 있다.

반면 9급 공무원 1호봉 기본급은 168만 원 정도다. 올해 기준 최저 시급은 9천160원, 한 달이면 190만 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데 공무원들은 수당을 채우게 되면 최저임금 조금 넘는 돈을 받게 된다. 게다가 코로나19 기간 수많은 공무원이 추가 근무와 격무에 시달리는 등 비상 상황에는 근로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MZ세대가 중시하는 '근로소득' '근로시간'만 놓고 보면 현대차 생산직의 판정승이다.

안타까운 점은 9만여 명의 낙방자들이 선호할 만한 또 다른 '현대차 기술직'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원자가 10만 명이나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이런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