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금호읍 구암리에 있는 '청제비'가 1969년 보물 제517호 지정 이후 56년 만인 이달 20일 국보로 승격 지정됐다.
청제비 국보 승격에는 영천시와 영천시의회 등 관계 기관의 노력도 있었지만 '청제비 국보 승격 및 청제 사적 지정 추진위원회'(이하 청제추진위)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힘이 이뤄 낸 문화유산의 기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청제비는 신라시대(법흥왕 23년·536년) 축조된 제방 시설로 현재까지 관개 수리 시설로 이용되는 유일한 저수지인 청못과 청제의 축조 및 중수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2기의 비석이다.
국가유산청은 "청제의 축조 및 수리 과정, 왕실(국왕) 소유의 제방 관리 및 보고 체계 등이 기록돼 신라의 정치와 사회·경제적 내용을 연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또 "비석마다 시기를 달리하는 비문이 각각 기록된 희귀한 사례라는 점, 조성 이래 현재까지 원위치에서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고도 했다.
이처럼 의미가 큰 청제비 국보 승격에는 서길수 전 영남대총장, 김재홍 국민대 교수, 정인성 영남대 교수, 홍승우 경북대 교수 등 학계와 함께 최순례·조창호 전 영천시의원, 지봉 스님 등 숨은 주역들의 힘이 큰 보탬이 됐다.
이들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위대한 여정은 숱한 난관을 겪고 넘어서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최순례 청제추진위 사무국장에 따르면 청제비 국보 승격 여정의 첫출발은 2021년 4월 지역민들이 충북 대청댐 물전시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청제비 전시물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천시의원이던 최 국장에게 한 지인이 '최 의원, 청제비 아나?'란 질문을 던졌다. 강렬한 인상을 받은 최 국장은 자신이 대표 의원을 맡아 영천시의회에 연구 모임을 만들고 본격적 활동에 돌입했다.
이후 지역 여러 인사들이 뜻을 같이하며 2022년 결성된 민간단체가 청제추진위다. 청제비와 청제의 의미 및 상징성 등을 알기 위해 전국 각지의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학술 세미나 등에 참여해 공부하며 국보 승격의 당위성을 다지는 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특히 청제비 국보 승격 과정에서 '최대 난제는 무엇이었을까'란 궁금증을 풀고 보니 청제비 주인이 국가가 아닌 개인(문중)이란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돼 큰 충격을 받았다.
지역 한 문중에서 지난 400여 년간 청제비를 지켜 오면서 문중 후손이 소유주로 등재돼 있었다는 것이다.
청제추진위와 영천시 관계 부서는 올해 3월 문중 후손을 직접 만나 청제비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국보 승격의 의미를 설명하고 '국가기관(국가유산청)에 기증하겠다'는 통 큰 결단을 이끌어 냈다.
국보 승격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면서 가장 큰 걸림돌이 해소되는 순간으로 여겨진다.
최 국장은 "청제비 국보 승격은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고대 동아시아 농업 문명 발전을 증명하는 세계사적 가치가 있는 청제비와 함께 청제의 국가 사적 지정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까지 시민들과 힘을 모아 더 큰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영천시 등 관계 기관도 청제비 및 청제 종합 정비 계획 마련을 통해 뜻깊은 유산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했으면 한다.
기자 역시 청제추진위의 끝나지 않은 도전에 경의를 표하며 영천의 문화유산 가치를 드높이고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위상을 공고히 다지는 활동을 중단 없이 이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 많은 뉴스
영일만대교 1821억, 남부내륙철도 500억 '예산 칼질'…TK 정치권 강력 반발
경북 포항 영일만 횡단대교 길이 절반으로 뚝…반쪽짜리 공사될까
이재명식 등거리 외교, 한반도 안보 우려…국제적 고립 자초하나
영일만대교 예산 전액 삭감…포항지역 정치권·주민 강력 반발
이진숙 "임기 보장하라" vs 최민희 "헛소리, 뇌 구조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