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신년사 유감

입력 2023-01-01 21:58:38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계묘년 새해를 맞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는 경제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의 신년사는 이처럼 덕담과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 등을 담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신년사를 새해 첫날 TV 생중계를 통해 밝히면서 '개혁을 통한 재도약'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신년사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추진 의지를 피력하면서 "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가자"는 희망을 제시했다.

새해가 오더라도 늘 경제는 어렵고 남북 관계는 꼬이고 서민 경제는 팍팍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도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새해를 살아갈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기본적인 책무다.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 3부요인과 여야 정당 대표 등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인사들의 신년사도 나왔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위기 극복하고 민생 도약하는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해로 만들겠다"라고 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보복과 정쟁이 난무하는 과거로 돌아가느냐, 통합과 경제 부흥의 희망 찬 미래로 나아가느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라고 지적하는 등 여야 간 현격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검찰에 소환당하는 등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곤혹스러운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퇴임 후) '잊히고 싶다'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대표와) 동병상련의 심경을 신년사를 통해 드러냈다. 그는 "치유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책임지지 않고 보듬어주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이 마음까지 춥게 합니다. 경제는 어렵고, 민생은 고단하고 안보는 불안합니다. 새해 전망은 더욱 어둡습니다"라며 이태원 참사 책임을 언급하는 등 현 정부를 에둘러 비판하는 데 가세했다.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전직 대통령으로서 전 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내놓을 신년사는 아닌 것 같다. 계묘년 새해의 시작이 두려운 모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신년사를 내지 않았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