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메시, 초라한 호날두…메호대전 우승은 단연 메시
한국·일본·호주 16강 진출, 우승국 아르헨 이긴 사우디 통쾌한 반전의 순간들
'열사의 땅'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이 29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중동에서 열린 것도, 겨울에 열린 것도 사상 처음이었기에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쏠렸다. 이번 대회의 서사는 전 세계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는 이변과 화려한 기록이 여러 차례 등장했으며, '스타플레이어'들이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낸 이야기도 매력적이었다.
◆'메호대전' 논란 끝…호날두의 쓸쓸한 퇴장
2022 카타르 월드컵의 '화룡점정'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가 생애 첫 우승컵을 들던 순간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축구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을 이룬 메시였지만, 월드컵 우승이 없다는 점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았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간절함을 십분 보여주면서 평생의 한을 풀었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홀로 2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로는 7경기 7골 3도움을 올렸다.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하기 충분하고도 남을 활약이었다.
'라스트 댄스'를 화려하게 마무리 지은 메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것이라는 주위 예상을 뒤엎고 국가대표로 더 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4년 뒤 월드컵 출전은 쉽지 않더라도 2024년 코파 아메리카에는 전성기 기량을 유지한 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메시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는 그 반대편에 있을지도 모른다. 호날두는 한때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를 양분한 선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메호(메시+호날두)대전'도 종지부를 찍는 모양새다.
호날두는 가나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골을 넣어 사상 첫 5차례 월드컵 대회에서 모두 골을 넣은 선수가 됐지만, 좋은 순간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호날두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2차 우루과이전에선 자신에게 맞지 않고 들어간 골에 세리머니를 하는 등 잡음을 일으켰다. 대회 도중 소속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불화를 이유로 방출되는 일까지 겪었다. 조별리그 최종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선 바닥을 찍었다. 선발로 나선 호날두는 결정적 기회를 4차례나 날리는 등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를 보였다. 결국 16강전부터는 벤치 신세가 됐고, 팀의 8강 탈락을 막지 못했다. 메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신계 공격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활약이었다.

◆축구 변방의 약진…'절대 강자'는 없다
이번 대회는 축구 변방으로 불리던 나라들이 '통쾌한 반전'을 만든 순간이 유독 많았다. 유럽과 남미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은 강호들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반대로 '언더독'의 반격에 제대로 당한 강팀들은 이변의 희생양이 돼 고개를 떨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호주가 전통의 강호들을 제물 삼아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3개국이 처음으로 FIFA 월드컵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특히 일본은 '죽음의 조'로 불린 E조에서 유럽의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연달아 2대 1로 잡아내며 16강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일본은 26명 중 무려 19명이 유럽파로 구성된 선수단을 꾸려 기술력과 조직력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AFC 소속 국가의 단일 월드컵 최다 16강 진출은 2개국이었다.
우리나라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틴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황희찬의 극적인 역전골에 힘이어 2대 1 승리로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이뤘다.
비록 호주,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8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아시아 국가의 돌풍도 멈췄지만, 아시아 축구 역사가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갔다는 점은 매우 유의미한 사건이다.
16강에 오르지 못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조별리그에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에 2대 1 역전승을 거두면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꺾은 팀이다.
아프리카의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여러 차례 펼쳤다.
모로코는 자책골로만 1골을 내주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2승 1무, F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차례로 격파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로는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프랑스에 0대 2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유럽과 남미 이외의 국가가 월드컵 4강에 오른 것은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의 미국과 2002 한일 대회 한국에 이어 세 번째일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역대급 짧은 이동거리…4년 뒤엔?
개막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팬들 입장에서 카타르는 월드컵 축제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경기도 정도의 면적에 수도 도하와 그 근교 도시에서만 집중적으로 경기가 치러져 역대 경기장이 가장 밀집된 대회였다.
7개 경기장이 도하와 그 근교에 있고, 그나마 멀다는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도 도하 중심지에서 50㎞ 정도만 떨어져 있었다. 가까운 이동 거리에 팬들은 하루에 두 경기도 충분히 관전하며 축구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경기장과 각 대표팀 훈련장, 메인 미디어 센터(MMC), 취재진 숙소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큰 문제 없이 잘 운영됐다.
그러나 다음 대회에선 축구팬들이 이런 '호사'를 누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026년에 열리는 23번째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3개국에서 공동 개최한다.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게 될 북중미 월드컵은 3개국 16개 도시 16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경기장 이동에 항공편 이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직전 '콤팩트 사이즈' 대회에서 역대 최고의 '슈퍼 사이즈' 대회로 치러지게 된 다음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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