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엽 문화경영 컨설턴트
연말이 되면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이고 다른 하나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헨델의 '메시아'가 크리스마스의 필수품처럼 연주되지만 원래 헨델은 이 작품을 기독교 부활절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 초연은 1742년의 사순절 기간에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있는 '성 패트릭 성당'에서 있었는데, 이 성당의 안내판에 따르면, 초연 당시 사용했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파이프오르간이 아직도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더블린 초연으로부터 약 1년 후인 1743년 3월에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 런던 초연이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이 공연에 참석한 조지 2세가 '할렐루야' 합창에 너무 감동하여 자리에서 일어섰고 같이 관람하던 다른 사람들도 왕의 돌발 행동에 따름으로써 이것이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게이츠(Francis Gates)가 쓴 음악가들에 관한 일화에는 왕이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려니 힘이 들어 일어섰으며, 또 왕이 서 있는데 감히 종자들이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백성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거의 세 시간이나 계속되는 연주에서 경직된 몸을 풀어 줄 수 있으니 좋은 전통이지 않은가?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서고 안 서고는 개인의 몫이다.
빅토리아 시대 때 소홀해져 가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 '메시아'를 연주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는데, 어떠했든지 간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헨델의 메시아는 경제용어로 현금창출원을 의미하는 '캐시카우' 상품이다. 비록 시장 성장성은 없으나 계절적으로 확실한 관객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송년 단골 레퍼토리인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 연말에 연주되는 전통은 독일 노동운동의 전환기였던 1918년에 라이프치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노동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주회를 주최한 독일 노동자 교육 단체는 제1악장이 12월 31일 밤 11시에 시작되어 자정이 지나고 새해에 피날레 부분이 연주되도록 했다. 하지만 요즘 독일에서는 송년 음악회로 '9번 교향곡'을 연주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연말의 '9번 교향곡' 연주회는 오히려 일본에서 가장 활발한 것 같다. 물론 그 연유는 있다.
영국 등 연합국 편에 서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일본은 '칭다오 전쟁'에서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고 독일군 4천700명을 포로로 잡아 그중 1천 명 정도를 도쿠시마에 있는 '반도(板東)포로수용소'로 보냈다. 도쿠시마현에 따르면, 이때 독일 포로들이 지역민들에게 목축, 서양야채 재배, 제과, 건축, 음악, 스포츠 등에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일본 초연도 이 포로들에 의해 1918년에 있었다.
일본에서의 '9번 교향곡' 연주의 특징은 일반인이 참여하는 떼창이다. 올해에도 도쿠시마현이 주최하는 '9번 교향곡' 합창단 모집이 있었는데 모집 인원은 2천 명이었다. 오사카에서도 며칠 전에 주류회사로 유명한 산토리가 주최하는 '산토리 1만 인의 제9'라는 제목의 2,000명 합창단이 참여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 공연이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일반인의 참여 열기가 높다. 3개월 정도 연습해서 공연하는데, 합창단원의 참가비는 도쿠시마의 경우 2천 엔이지만, 오사카의 경우 9천300엔으로 상당한 금액이다. 시민합창단 모집이 어려운 한국적 상황에서 보면 부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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