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 <18>‘K-푸드 세계화 원조’ 조재곤 농업회사법인 영풍 대표

입력 2022-11-23 14:11:08 수정 2022-11-23 18:55:04

‘상온 장기 보존 가능한 떡볶이 떡 가공법’으로 2013년 특허
30년 동안 한식 세계화 주력…전 세계 100여 개국 수출
“장애 딛고 기업 성장시킨 자부심, 나눔에도 꾸준히 관심둘 것”

세계 60개국에 떡볶이 간편식
세계 60개국에 떡볶이 간편식 '요뽀끼'를 수출하는 세계 1위 떡볶이 수출 기업인 ㈜영풍의 조재곤 대표가 17일 대구 달서구 영풍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 도중 '요뽀끼'를 소개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K팝을 선두로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에 퍼져 나가면서 K-푸드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K-푸드 열풍의 수혜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도 많다.

대구에는 'K-푸드'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부터 떡볶이, 부침개 등 한국 음식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1993년 영풍물산으로 창업한 현재의 농업회사법인 ㈜영풍이다.

조재곤(62) 영풍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한국의 음식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꿈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꾸준히 수출에 주력한 결과, 현재 영풍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년 10개국 이상 확대를 목표로 장기적으로는 200개국까지 수출 대상국을 늘릴 계획이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영풍 본사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창업 계기가 어떻게 되는가?

▶한 식품 대기업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꿈을 키웠다. 창업 초창기에는 돈가스를 아이템으로 정했다. 당시 원육을 수출하던 시장 상황에서 차별화해 가공육을 수출하며 입지를 다졌다. 이후 부침개 등으로 아이템을 확장했다. 그러나 2000년에 구제역이 터지면서 수출 대기 중이던 컨테이너 전량이 폐기 처분됐다.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한식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초심으로 버텼고 지금에 이르렀다.

-핵심 기술이 무엇인가?

▶'상온에서 장기 보존이 가능한 떡볶이 떡 가공법'으로 2013년 특허를 등록했다. 냉장이나 냉동 보관이 아닌 상온에서 1년간 떡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접목한 제품은 수출에 특히 유리하고 물류나 보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풍은 이 기술을 접목해 요뽀끼, 핑크로켓, 조아요 등 떡볶이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외에도 떡국, 스낵, 캔김치, 우동 등 약 80여 종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구체적인 해외시장 개척 상황은 어떤가?

▶영풍은 통상 매출의 70~75%가 수출로 발생한다. 2017년 300만달러, 2018년 500만달러, 2019년 1천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올해는 2천만달러 수출의 탑 수상이 확정돼 있다. 해외시장 개척으로 전체 매출 또한 2018년 148억원, 2019년 181억원, 2020년 195억원, 2021년 30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용 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는 94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향후 사업규모를 키우는 만큼, 고용규모도 꾸준히 늘리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생각이다. 앞으로는 연구개발 등 고급인력 수요가 늘 것 같다. 식품산업도 자동화하고 제품 개발과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단순노동에서 기술력을 요하는 방향으로 인력 수요가 바뀌고 있다. 분명한 점은 전체적인 고용규모는 꾸준히 늘 것이란 점이다.

-외국인의 입맛에 한국 음식은 생소할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이탈리아의 피자와 한국의 피자가 맛이 다르듯이, 한식도 현지인 입맛에 맞도록 현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수출 대상국에 가서 현지인 시식 테스트를 거친다. 단맛, 짠맛, 매운맛, 식감, 질긴 정도 등 다양한 실험을 거쳐 조리법을 구체화한다. '한식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일식이 건강하다는 이미지로 세계화에 성공했듯이, 한식도 맵고 짜다는 인식에서 탈피해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로 변해가고 있다.

-K-푸드 열풍을 예상했나?

▶피자, 파스타가 세계시장에서 성공했듯이 떡볶이, 부침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예전부터 생각했다. 최근 한국 문화의 영향으로 K-푸드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영풍은 이전부터 한식을 수출하고 있었다. 열풍의 수혜기업이 아닌 지금의 K-푸드 위상이 있게 한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찌감치 준비하고 이 길을 걸었기에 '준비된 글로벌'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세계 60개국에 떡볶이 간편식
세계 60개국에 떡볶이 간편식 '요뽀끼'를 수출하는 세계 1위 떡볶이 수출 기업인 ㈜영풍의 조재곤 대표가 17일 대구 달서구 영풍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계속해서 생산 역량을 늘리고 있다.

▶올해 초 케파(생산능력) 부족으로 2개 신규 공장을 매입했고, 최근 내부 정비가 완료 단계다. 식품산업 특성상 케파의 확장이 곧 매출의 확장으로 연결된다. 창업 이후 꾸준히 공장을 늘려 현재 성서산단 내에 5개 자가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여러 곳에 흩어진 공장을 모아 대규모 통합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구 산업단지에는 식품업체가 들어갈 수 있는 입지가 매우 제한돼 큰 어려움이 있다. IT 등 첨단업종으로 묶인 부지가 많기 때문이다. 식품산업은 어떤 업종보다 시장이 큰 성장산업이자 핵심 수출산업이다. 단위 제품당 연계산업이 가장 많은 분야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성장 단계에서 각종 규제에 부딪힌다. 최근 대구 식품산업클러스터가 무산된 점도 매우 아쉽다. 식품산업이 노동집약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기술집약적이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국내 식품산업을 전망한다면?

▶식품산업은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이다. 세계시장에서 식품시장은 IT와 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이다. 세계적으로 글루텐 프리 등 건강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쌀은 밀에 비해 글루텐으로부터 자유로운 강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쌀을 주식으로 섭취했고, 많은 쌀 가공식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해외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식, 매운맛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한식에 잘 접목해 제품을 개발한다면 우리나라 식품산업 전망은 밝을 것이다.

-그간 역경도 많았을 것 같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개인 사재를 털어 회사에 투자했다. 보유하고 있던 집도 두 차례나 팔았다. 특히 IMF 당시에는 정말 어려웠는데 어음 발행을 하지 않았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경북 고령 시골에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참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 해야 회사가 잘 된다는 마음으로 가족과 직원을 생각하며 버텼다.

-오른손이 약간 불편해 보인다.

▶3살 때 여물 절단기에 오른손 중지와 약지 일부가 잘렸다. 어린 시절에는 좌절도 많이 하고 장애를 숨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장애를 극복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더 두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사업장 안정이 중요시되는 시기에 더욱 사내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의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라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본인만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집단이지만 항상 고객이 있기에 회사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금전적이든 아니든 사회 환원은 필수다. 때문에 꾸준히 사회공헌에 관심을 두고 있고, 올해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했다. 앞으로도 여유가 날 때마다 나눔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