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민주당 이끈 펠로시 美하원의장, 차기 당 지도부 불출마

입력 2022-11-18 07:21:24

당내 세대교체론·남편 피습 등 영향 분석…바이든 "민주주의 수호자"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년간 미국 의회 하원에서 민주당을 이끌어왔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민주당 하원 1인자에서 물러난다.

펠로시 의장은 17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내년 1월 개원하는 다음 의회에서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고 평의원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제 우리는 대담하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시간이 왔다"며 민주당 지도부의 세대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미국 민주주의는 장대하지만 허약하다. 우린 비극적이게도 이 회의장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목도했다"며 "민주주의는 이에 해를 끼치려는 세력으로부터 영원히 수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중간선거 개표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함구해오다, 전날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지위가 확정됐다는 미 언론의 보도가 일제히 나오자 이날 공식 연설을 통해 퇴진을 밝힌 것이다.

현재 82세로 고령인 펠로시는 그동안 하원의장직을 무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에도 당내에서 세대교체 압박을 받아왔다. 또 중간선거 직전에 불거진 남편 폴 펠로시 피습 사건도 그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펠로시 의장은 2003년 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하원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2007년 1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하원의장에 올라 2011년 1월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미 하원의장은 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다음가는 권력 서열 3위의 막강한 자리다.

또 그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자리를 뺏긴 뒤인 2011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다시 하원에서 원내대표로 일했고, 2019년 1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뒤 지금까지 하원 의장을 맡아왔다.

민주당 하원은 오는 30일 지도부 선거가 예정돼있다. 다만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다수당 자리를 뺏긴 상황이라 차기 하원의장은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유력하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계속 당 지도부에 남아달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역사는 그를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하원의장으로 기록할 것"이라며 "그는 민주주의의 맹렬한 수호자로서, 역사는 치명적인 의사당 폭동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그의) 결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을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 칭하며 "우린 그에게 깊은 감사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