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국과 금리 1%p 차

입력 2022-11-03 17:56:06 수정 2022-11-03 20:12:52

기준금리 0.75%p 올려 상단 4%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한국경제 하방 압력 확대

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 연준의 매파적 태도에 전 거래일보다 소폭 하락한 2,320대에서 마감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 연준의 매파적 태도에 전 거래일보다 소폭 하락한 2,320대에서 마감했다. 연합뉴스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네 차례 연속 단행, 한미 금리 격차가 1%p까지 벌어졌다. 이로써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외국인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고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덩달아 커져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3.25%에서 3.75∼4%로 0.75%p 올렸다. 6월부터 4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3%)과 미국(3.75∼4%)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p로 벌어졌다.

더욱이 연준은 다음 달 FOMC에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다. 아직 중앙은행이 갈 길이 남았다"며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매파적 발언을 한 게 근거다.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 회의가 될 수도, 아니면 그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며 자이언트 스텝이 아닌 빅 스텝 가능성도 비쳤다.

이러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은 한국 경제를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라는 복합 위기의 수렁으로 밀어 넣을 공산이 크다.

만약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p 인상)으로 응수한다면 연말까지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소 1.25%p(연준 빅 스텝 시), 최대 1.5%p(연준 자이언트 스텝 시)로 더 커질 수 있다. 여태껏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았던 '금리 역전기'에 최대 격차는 1.5%p(2000년 5∼10월)였다.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로서는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상황이 길어지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위험이 커진다. 이미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16% 절하(원화가치 하락)됐다. 가뜩이나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물가 상승세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한국은행이 무작정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7% 감소해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줄었다. 특히 전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7.7% 급감하며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렇듯 무역 적자 등 지표상 뚜렷한 경제 성장 둔화에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 기업과 가계의 이자 상환 고통을 심화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근 채권 시장 등의 자금 경색도 근본적으로 너무 빠른 금리 인상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류명훈 하이투자증권 대구WM센터 PB 차장은 "국내 통화 정책에 연준의 입장이 중요 변수인 만큼 일단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환율 방어 필요성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은행이 앞으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금리를 가져갈 것인지 의중을 시장에 주느냐가 실물 충격 강도를 판가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유정 DGB금융지주 ESG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구경북으로 한정하면 부동산 시장이 고환율·고금리·고물가 직격타를 맞은 상황이다. 여기서 국내 기준금리가 또 오른다면 부동산 시장이 혹한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