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 예산 정국…대통령실 '준예산' 염두

입력 2022-10-26 16:31:17 수정 2022-10-26 20:56:51

민주당, 헌정 사상 첫 대통령 시정연설도 보이콧…여권, 준예산 사태 배제 못한다 기류
1960년 준예산 제도 도입 뒤 실제 편성 사례 없어…국회, 국민 생각하며 파행 막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국정감사 국면을 끝내고 예산 정국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여전해 심사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준예산 집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 대응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을 감행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정권 차원의 탄압으로 규정하며 투쟁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이 12월 2일인 법정 시한은 물론 연내 처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해가 바뀔 때까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 준예산 사태 가능성도 미리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준예산이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이다. 준예산을 집행할 땐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 관련 예산은 전액 쓸 수 없게 되고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한 관리비, 인건비 등 최소한의 지출만 할 수 있다.

과거 정부가 예산 심사 표류 가능성을 고려해 준예산 편성을 준비한 적은 있지만 집행까지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1960년 준예산 제도가 도입된 뒤 실제 준예산이 편성된 사례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정 사상 초유로 대통령 시정연설까지 보이콧한 상황에서 최악의 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여권 안팎의 분위기다.

최악의 수를 피하려면 민주당의 예산 증액·감액 요구를 일부 수용, 조율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가 방만한 재정 운용을 했다고 지적하며 건전 재정 전환을 강조하고 있고 민주당은 민생·서민 예산을 삭감한 비정한 예산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다"며 야권의 포퓰리즘성 예산 요구에 선을 긋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예산 기조를 지키려는 여권과 서민·민생 예산 증액을 노리는 야권 간 극한 대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제 막 국회 상임위별 예산 심사가 개시된 만큼 아직은 국회의 상황을 봐야 한다. 준예산까지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의 철학이 반영된 첫 예산안인 만큼 국회가 파행하지 않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서로 양보하며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