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란 뜻이다. 영국 2파운드짜리 동전 테두리에 새겨진 글귀다. 이 말을 자주 한 사람은 영국 과학자이자 왕립 조폐국장을 지낸 뉴턴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과학적 발견을 주변 사람이 칭찬할 때면 뉴턴은 "내가 남보다 더 잘 보고 더 멀리 봤다면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했다.
사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의 원작자는 12세기 중반 '샤르트르의 베르나르'란 프랑스 신학자다. "난쟁이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면 거인보다 멀리 볼 수 있다." 이 표현이 뉴턴 말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시대를 리드한 거인(巨人)들의 리더십을 천착하면 후인들이 나아갈 길이 보이는 것은 동서고금이 마찬가지다. 거인들의 업적을 바탕으로 삼으면 자신의 앞에 놓인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퇴계 이황도 이런 시조를 남겼다.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 고인을 못 뵈도 녀던 길 알패 잇내/ 녀던 길 알패 잇거든 아니녀고 엇뎔고'. 길을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거인과 고인은 같은 존재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통해 '시(習)황제'를 꿈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범(典範)으로 삼아야 할 거인은 덩샤오핑이다. 1974년 4월 유엔 회의에서 덩샤오핑은 이런 연설을 했다. "만일 어느 날 중국이 색깔을 바꿔 초강대국이 되어 세계를 지배하고, 다른 나라를 괴롭히고,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착취한다면, 전 세계인들은 중국을 '사회제국주의'라고 반드시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중국의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하여 반대하고 맞서야 하며, 중국 인민들과 함께 타도하여야 한다." 덩샤오핑의 염려 이상으로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은 패권 국가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사회제국주의를 넘어 일인 독재체제로 가는 중국을 보며 덩샤오핑은 가슴을 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거인은 영국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다. 노조 때문에 국운이 기울었던 영국 경제를 살린 대처는 핸드백 속에 '10가지 할 수 없는 일'(10 cannots)이란 메모장을 넣고 다니며 국정을 운영했다. 이 경구는 대처가 만든 게 아니라 윌리엄 보테커라는 목사가 1916년에 썼던 글이다. 이 중 이 대표가 명심할 것은 다음 네 가지다. 강한 사람을 약하게 만들어 약한 사람을 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월급을 주는 사람을 끌어내려 월급 받는 사람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부자를 망하게 만들어 가난한 자를 도울 수는 없다, 소득보다 더 많이 쓰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준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 나랏돈을 퍼붓는 포퓰리즘 정책들을 쏟아내는 이 대표가 새겨야 할 경구다.
윤석열 대통령이 모범으로 삼아야 할 거인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올 2월 박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사회 혁명 다시 제대로 배우겠습니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윤 대통령이 천명한 자유민주주의, 법치와 공정을 다시 세우려면 박 대통령 리더십을 본받아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 용인술, 불도저 같은 추진력 말이다. 박 대통령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란 말을 자주 했다. 후세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강하게 추진한 그의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윤 대통령이 뇌리에 각인해야 할 어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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