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인 학살지 '가창골' 유해 발굴 본격화… 대구 내 첫 국가 차원 발굴

입력 2022-10-24 15:56:18 수정 2022-10-24 21:04:07

유해 매장 추정지인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일원에 유해 발굴 추진
총 사업비 4억9천만원 투입, 대구에선 국가 차원 첫 유해 발굴
다음 달 2일 수행 업체 입찰 공고 마감, 같은 달 중순 쯤 계약 완료될 듯

이번에 대구에서 유해 발굴이 이뤄지는 규모 150㎡ 상당의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89-6 일원. 이곳은 1950년대 가창댐 공사 당시 발견된 유해가 이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현재는 빈 밭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이번에 대구에서 유해 발굴이 이뤄지는 규모 150㎡ 상당의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89-6 일원. 이곳은 1950년대 가창댐 공사 당시 발견된 유해가 이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현재는 빈 밭이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대구에서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해 발굴이 이뤄진다.

대구 10월 항쟁과 보도연맹 사건 등 한국전쟁 발발 전후의 학살장소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가창골에서 유해 발굴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내달 2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2022년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용역'에 참가할 업체를 모집한다.

사업비 4억9천만원이 투입되는 이번 용역은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구의 첫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로서 의미가 크다. 대구에선 지난 1960~1961년 사이 민간 차원에서 유해 발굴이 이뤄진 적이 있으나 국가가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경북지구피학살자유족회는 유해 집단 매장지로 알려진 달성군 가창면과 공산면 일대(파군재), 송현동, 본리동 등지에서 전문가 없이 유족들과 고용된 인부들만으로 발굴을 진행했다. 그 결과 1961년 3월 송현동 인근에서 두개골 수십 개와 학살 당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과 삽 등이 발견됐다.

이번 진실화해위 발굴 작업 대상지는 대구를 비롯해 ▷경기도 안성 ▷충북 충주 ▷충남 서산 ▷충남 아산시 배방읍 ▷충남 아산시 염치읍 ▷경남 진주 등 7곳이다.

대구에선 규모 150㎡ 상당의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일원에서 발굴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곳은 가창댐 바로 아래에 있는 빈 밭으로, 1950년대 가창댐 건설 공사 당시 인부들이 발견한 유해들을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는 지점을 특정할 수 있으며 유해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용계리를 추정지로 선정했다. 현재 대구시 소유인 이곳은 한때 밭농사가 이뤄졌으나 현재 휴유지라서 유해 발굴 착수가 바로 가능하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다음 달 2일 어떤 업체가 응찰을 했는지 공개하고, 이후 제안서 평가 위원회 등을 거쳐 적격 여부를 판단한 뒤 최종 계약을 하게 된다"며 "이르면 다음 달 중에 계약을 끝내서 유해 발굴을 시작할 것이다. 사업 기간은 약 6개월로 예정돼 있다"고 했다.

채영희 10월항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회장에 따르면 현재 가창면에 살고 있는 70대 노인이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를 따라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다 이번에 조사가 이뤄지는 용계리 일원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슬픈 무덤이여'라고 적힌 목비를 봤다는 증언도 있었다.

채 회장은 "너무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라 유해가 온전히 남아 있을지 걱정된다. 최대한 신속히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며 "대구에서 국가가 주도해 유해 발굴에 나서는 것이 처음인 만큼 작은 뼛조각이라도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창골 학살 사건=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대구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10월 항쟁 관련자와 제주 4·3 및 여수·순천 사건 관련자들까지 포함해 수천명이 학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전쟁 발발 직후 6월에서 7월 사이 집단 학살이 벌어졌으며 1959년 가창댐 건설에 따른 수몰로 희생자들의 백골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