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찾아가 약식회담, 바이든과 48초 만남…尹 대통령 외교력 논란

입력 2022-09-22 17:56:21 수정 2022-09-22 20:23:01

대통령실 "日과 대화 물꼬"…민주당 "과정·결과 굴욕적"
한미정상회담은 아예 불발…'이 XX들' 비속어 사용 파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영국 런던에서의 '조문 패싱'에 이어 미국 뉴욕에서도 예정됐던 정상회담이 잇따라 불발되거나 축소되면서 윤 정부의 외교력 밑천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식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나눴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한일 정상 간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예정과 달리 약식으로 진행된데다 기시다 총리가 행사 중인 곳으로 직접 찾아가 만남을 가져 야당으로부터 '굴욕'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중요하고 민간한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선 이렇다할 언급이 없어 '알멩이 없는 회담'이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과정도 결과도 굴욕적이었다. 새벽에 일본 총리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 가까스로 성사된 30분가량의 만남은 일방적 구애로 태극기 설치도 없이 간신히 마주 앉은 비굴한 모습이었다"며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은 전혀 없었다.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첫걸음을 떼었다. (한일정상 간 공식 대면 회담) 2년 10개월 만에 양 정상이 만나서 한일 간 여러 갈등 해결, 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만남을 '약식회담'이라고 했지만 일본은 '간담'이라는 표현을 사용,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약식으로라도 진행된 한일정상회담과 달리 공언했던 한미정상회담은 아예 불발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 문제로 어쩔 수 없었고, 짧지만 몇 차례의 만남을 통해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우려 전달 등 해야 할 얘기를 나눴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지만 회담 불발에 따른 비난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바이든 대통령 주최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 현장에서 만나 잠시 선 채로 환담을 나눴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고작 48초의 만남, 대통령 해외 순방이 '국격 떨어트리기' 대회인가"라며 "국민은 윤 대통령을 쪽팔려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상외교의 목적도 전략도 성과도 전무한 국제 외교 망신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사전대응, 사후조율을 못 한 실무 외교라인의 무능도 모자라 대통령 스스로 품격만 깎아내렸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런던에서 열린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최 리셉션,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 내외 주최 리셉션 등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IRA에 관해 협의했다"고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면서 '막말 사고 논란'까지 거세게 일었다.

이날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회의장을 나서면서 미 의회를 겨냥한 듯한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고 말했다.

이를 두고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급한 말로 혈맹의 의회를 지칭했다"며 "외교 성과는 전무하고 남은 것이라곤 '이 XX'뿐이다. 존재 자체가 리스크인 대통령, 정말이지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은 '어떤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어떻게 해서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그런 어떤 일로 외교 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