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운영 방향부터 새로…道, 해양·원전 특정 분야
임직원 80여명 고용 승계 고민…조직분리 조례 개정·예산 난항
대구경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대구경북연구원(대경연) 분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25일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 한 발언이어서 무게감이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지역 사회에서는 조만간 분리 설치 방안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재산 분할하듯 단순히 산술적으로 양분할 문제가 아니어서 실타래를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분리 시 축소 불가피한 '대구연구원'
이 지사가 공언한 대로 대경연이 둘로 쪼개지면 조직 축소는 불가피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올해 대경연에 각각 43억원씩 총 86억원을 출연했다. 이는 올해 대경연 세입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경연이 분리되면 임직원 80여명에 대한 인건비 약 78억원을 어떻게 충당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당장 조직이 분리되면 경북도 분에 해당하는 절반의 출연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대경연 직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대구에 남거나 경북으로 이동하는 등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직원들의 근무 희망지가 대구로 편중될 경우 인건비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문제가 된다.
대경연 관계자는 "분리 문제는 대구시나 경북도 중 어느 한쪽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분리 논의를 하더라도 고용승계에 관한 명확한 대원칙이 확립되고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을 분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나온다.
기존 대경연 조직을 해산한 뒤 대구연구원과 경북연구원을 설립하는 방법부터, 대경연을 그대로 두고 명칭과 구성만 대구연구원 또는 경북연구원으로 바꾸는 방법도 거론된다. 다만 어떤 경우에든 기존 대구경북연구원 조례를 뜯어고쳐야 하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당장 내년부터 분리된 조직이 출범하려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도 대경연 예산은 10월 자체에서 예산안이 나온 뒤 12월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각각 통과하면 확정된다. 대경연 자체 안부터 변경된 예산을 반영하려면 논의 시간이 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앞으로 연구원 운영 방향을 처음부터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대영 대구시 정책기획관은 "이른 시일 내에 대구경북연구원에서 경북도와 만나 입장을 들어볼 계획"이라며 "예산은 일단 예정대로 확보하고 추경에서 더하거나 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 "몸집 키우겠다"
경북도는 세부 계획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방향성은 잡아뒀다. 경북도의 기본 구상은 이 지사의 도의회 발언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지사는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대경연이 도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면 길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묻는 길도 잘 못 알려준다"며 "경북은 동해안이 넓고 농도(農都)인데 대경연에 관련 연구원이 없다. 대경연에는 도에서 필요한 연구원이 있어야 하는 만큼 우리 스스로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실제 대경연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정책 과제의 경우 대구 282건, 경북 254건으로 대구가 더 많았다. 경북에서는 같은 출연금을 부담하는데도 연구 과제는 대구에 편중됐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경북도는 현재 대경연처럼 직접 연구를 수행하지 않더라도 타 연구기관과 협업을 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최혁준 경북도 정책기획관은 "농업만 하더라도 대구는 도시농업 중심이지만 경북은 생산에서 가공, 서비스로 이어지는 산업이다. 여기에 해양, 원자력, 반도체 등 대구에는 없는 경북만의 정책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면서 "경북이 갖는 사회 지리적 입지 조건상 매우 우수한 연구 인력이 오지 않을 수는 있으나, 아이템을 잡기만 하면 분야별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기관에 연구를 의뢰하면 무리 없다"고 설명했다.
경북도가 구상하는 가칭 경북연구원은 연구 인력 면에서도 현재 대경연보다 몸집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최 기획관은 "대경연은 87명이 근무 중이다. 순수 연구 인력은 6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경북이 필요한 연구를 외부에 발주하고, 공동 연구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PM(프로젝트 매니저)이 있고 PA(프로젝트 어시스턴트) 등 연구원이 필요하다. 지금 대경연이 맡고 있는 영역 외에 경북만의 영역까지 충족하려면 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분리→통합, 반복한 광주전남연구원
대경연 분리 문제에 있어서 광주전남연구원의 재통합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지난 1991년 전남발전연구원으로 개원한 뒤 1995년 광주전남연구원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2007년 도시지역인 광주와 농업지역인 전남의 발전 방향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분리됐다.
하지만 분리된 지 8년 만인 2015년 두 연구원의 기능이 유사하고 예산이 이중으로 든다는 지적에 따라 재통합됐다.
도시와 농촌의 발전 전략을 달리 둬야 한다는 지금의 대경연 분리 논리와 같다. 그런데 분리 뒤에도 예상했던 만큼 효과가 나지 않았고 결국 다시 '상생'을 외치며 재통합한 것이다.
이철우 지사가 대경연 분리 주장에 대해 신중론에서 적극 검토로 바뀌게 된 배경에는 최근 대구 취수원 문제 등 시도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광주전남연구원의 재통합 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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