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술국치 잊지 말자

입력 2022-08-24 17:43:03 수정 2022-08-25 16:33:26

변재괴 광복회 대구지부 사무국장

변재괴 광복회 대구지부 사무국장
변재괴 광복회 대구지부 사무국장

뼈에 사무치는 비극적 슬픔의 시대, 일제강점기 50년(을미사변~광복). 비극적 시대의 막을 올렸던 경술국치일인 1910년 8월 29일 일제의 강압에 의해 우리나라의 국권이 상실되었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의 내각총리 매국노 이완용과 조선통감 데라우치가 순종황제를 겁박, 형식적인 서명을 거쳐 8월 29일 한일병합조약을 공포하였던 것이다.

한일병합조약 제1조에는 '대한제국 황제 폐하는 대한제국 전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국 황제 폐하에게 양여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로 인해 나라를 빼앗긴 분노와 슬픔에 자괴감과 울분에 빠져 우국지사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순국이 이어졌다.

강제 병합 후 사흘 뒤인 9월 1일 금산군수 홍범식을 필두로 병합에 분개하여 자결하였고 이어 9월 6일 감찰 권용하, 10일 절명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매천 황현, 17일 살아서 무익하다며 음독 자결한 전 종정원경 이면주, 이 지역 경북 안동에서도 공조참의 이만도, 유도발 등이 망국에 비분강개하며 자결을 택하였다.

경술국치일 이후 자결한 지사는 순국이 49명에 달하는 것만 보더라도 우국지사들의 비통함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자결은 1911년이 넘어갈 때까지 전국적으로 60여 명에 이른다.

그래서 일제강점기 당시 국내는 물론 중국, 연해주, 미국 등 한국인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이날을 상기했으며, 특히 고향을 등진 연해주 한국인들은 이날을 대욕일(大辱日)로 정해 찬 죽을 먹으며 국치추념가를 지어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민족은 대일항쟁기 내 매년 8월 29일 국치일만 되면 '국치일을 잊지 말자'는 격문 살포나 낙서 사건을 일상적으로 일으켰고 감옥에 투옥된 독립운동가들이 국치일 단식동맹을 조직하거나 노동자들이 국치일을 상기하는 총파업을 계획하기도 했다.

올해 112주년 경술국치일을 맞이하면서 잊혀서는 안 될 비극의 역사에 대해 우리는 현재 어떤 모습인가.

지난 2016년 13개 지자체에서 경술국치일 당일 조기 게양에 대한 조례 제정이 완료돼 시행되고 있고 광복회 17개 지부에서는 회원들이 모여 나라를 빼앗기는 '국치'를 다시는 당하지 말자며 '경술국치일'에 국기를 조기로 달기로 했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많이 부족하다.

아픈 역사일수록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거론조차 하긴 싫지만 일본은 2차대전 패전일인 8월 15일에 전국적으로 전몰자 추도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은 난징대학살에 대해 국가급 추도일로 정해 메시지를 내고 있고, 이스라엘은 600만 명이 학살당했던 홀로코스트 등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난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고 역사학자 토인비가 말했듯이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 국가와 국민의 마음 자세가 갖추어져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그들 국민들의 형언할 수 없는 처절한 비명 소리를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매일 보고 있다. 1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힘없는 나라는 언제나 침탈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고난과 시련의 과거에 대해 뼈저리게 성찰하며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자결로써 순국한 선열들의 원혼이 편히 영면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