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하루 예약 가능 신규 환자는 30명, 선착순으로 명단에 이름 작성
예약 경쟁 치열해지자 대리 예약업체 생겨나, 대행비 7만~9만원 받고 대신 예약
몰랐던 환자들 헛걸음 분통…경찰·변호사 "대리 예약 불법 근거 없어"
만성 이명증을 앓고 있는 A(59) 씨는 지난달 28일 대구 수성구 한 유명 신경과 병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해야 했다. 전국에서 이명 치료를 잘하는 곳으로 소문나 예약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벽 5시에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발걸음을 쉽게 되돌리지 못하던 A씨는 상당수의 환자가 예약대행업체에 웃돈 7만~9만원을 주고 예약한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한 젊은이가 여러 명의 환자 이름을 적는 것을 보고 물어보니 예약대행업체라고 했다"며 "이런 업체를 모르는 환자들은 무작정 기다리다 헛걸음하고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유명 신경과 병원을 둘러싼 대리 예약 공방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은 웃돈까지 들여가며 진료를 봐야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해당 병원은 당일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으며 하루에 예약할 수 있는 신규 환자는 30명으로 제한한다. 도착한 순서대로 병원 1층 대기실에 붙여진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고, 오전 7시쯤 의료진이 순서대로 호명한 뒤 진료를 받는다.
이곳에 예약대행업체가 생겨난 건 약 10년 전쯤이다. 예약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이르면 전날 오후 9시부터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일부 대행업체들이 대행비 7~9만원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예약대행업체는 2곳이다.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아픈 환자들을 대신해 고된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라며 "접수를 못 하는 다른 환자를 고려해 하루에 최대 3명만 대리 예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들이 예약 대행에 문제가 있다고 호소해 왔지만, 예약 대행은 불법이 아니라 활동을 막을 근거가 없다. 의료법에 따라 '대리 처방'은 처벌 대상이지만 '대리 접수'에 관한 규정은 없다.
대구의 다수 경찰과 변호사들은 "예약을 어떻게 할지는 병원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며 "병원이 대리 예약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하는 데도 대리 예약을 한다면 업무방해가 성립될 수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을 관리하는 수성구보건소도 병원이 직접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국제의료평가위원회(JCI)에도 예약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물어봤으나 예약 방법은 병원 자체 내규로 진행되는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며 "응급환자의 경우 예약과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의사회 측은 "해당 시스템을 알아보고 수정이 필요한 게 있는지 살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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