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시행, 노동계 무리한 요구해선 안 돼

입력 2022-08-05 05:00:00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가 4일부터 시행됐다.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전력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국민연금공단 등 공기업 36곳과 한국무역보험공사, 공무원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94곳을 포함한 130곳의 공공기관 이사회가 대상이다. 사내이사 공석이 생기면 그 가운데 한 자리를 노동이사로 반드시 채워야 한다.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노동계의 권한 확대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노동이사가 공공기관 상임이사를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도 참여해야 하며, 근로 조건 결정과 관련한 심의·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사회 '안건 부의권'과 '문서 열람권' 허용도 요구한다. 상임이사 수준의 권한과 정보를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노동이사를 비상임이사로 규정한 기획재정부 경영 지침과 배치된다. 노동계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면서 공공기관 개혁에 칼을 빼 든 정부로서도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사정이 이러니 경영계의 우려도 강하다. 공공기관의 진행 과정을 살핀 뒤 민간기업에 제도 도입을 압박해 온 게 통상의 수순이었던 탓이다. 이미 경영계는 제도를 먼저 시행한 해외에서 여러 부작용들이 속출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기업의 혁신 저해를 비롯해 ▷외국인 투자 기피 ▷의사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을 노동이사제의 폐해로 꼽았다. 노동이사가 경영 의사결정에 무리하게 관여하기보다 본래 취지인 감독 기능에 집중하도록 제도를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시행은 제도 안착의 과도기로 봐야 한다. 제도를 둘러싼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절차는 필수다. 노동이사제가 긍정적으로 뿌리내릴 때 민간기업에서도 거부감이 덜할 것이다. 노동계도 제도 확산을 꾀한다면 상호 마찰을 줄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노사가 대립하는 기구가 아닌 합심해 나가는 조직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