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무더위에 녹조 창궐…대구 수돗물 안전 비상

입력 2022-07-12 17:45:51 수정 2022-07-12 20:25:54

낙동강 일대 남조류 확산 심각, 정수처리 과정에서 발암물질 증가
상류 지역 임하댐, 안동댐 가뭄에 유지용수 공급 중단 위기
운문댐, 영천댐도 수위 바닥 수준… 위기감 고조

대구 취수원인 낙동강 매곡 정수장 앞으로 녹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대구 취수원인 낙동강 매곡 정수장 앞으로 녹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무더위에 마른 장마가 겹치면서 대구 수돗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녹조가 심한데다 낙동강 주요 댐에서의 하천 유지용수 공급마저 여의치 않아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문산·매곡정수장이 있는 낙동강 강정고령지점에는 지난달 23일 조류 경보 '경계'(㎖당 유해남조류 세포수 1만~100만 세포) 단계가 내려졌다. 당시 유해남조류 세포수는 ㎖당 7만9천285로 나타났다. 보다 상류에 있는 상수원인 해평 지점 역시 지난달 16일부터 조류경보 '관심'(㎖당 유해남조류 세포수 1천~1만 세포) 단계에 있다.

녹조 급증에 따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정수과정에 염소 투입량을 평소보다 40% 늘려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염소와 물 속 유기물이 반응해 생기는 발암물질 '총트리할로메탄' 농도가 높아지는 게 문제다.

대구 문산·매곡정수장 수돗물의 최근 3년간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는 ℓ당0.032~0.054㎎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총트리할로메탄 검출 기준치를 ℓ당 0.1㎎이하로 정하고 있지만, 유럽은 0.05㎎ 이하, 호주는 0.025㎎ 이하 등 선진국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대구시민 대다수가 이들 기준을 초과한 수돗물을 마시는 셈이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문산·매곡 정수장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는 운문댐 물을 취수하는 고산 정수장의 2배가 넘는다"며 개선대책을 촉구했다.

더 큰 문제는 가뭄으로 대구경북 지역 주요 댐마저 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오후 기준 안동댐과 임하댐의 저수율은 각각 42.4%, 26.6%로 가뭄 '관심' 단계에 있다. 특히 임하댐은 예년(37.9%) 저수율을 크게 밑돈다.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유역본부 관계자는 "임하댐의 경우 2014년 8월(26.4%) 이후 저수율이 8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번주 강우가 없거나 적을 경우 가뭄 단계가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뭄 단계가 '주의'로 진입하면 안동댐과 임하댐은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각각 100%, 50% 감축하게 된다. 낙동강 유량이 줄어들면서 녹조 상태를 비롯해 수질이 더욱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영천댐과 운문댐 역시 12일 오후 기준 저수율이 19.0%, 25.8%에 그쳐 용수공급 자체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이 가운데 급한대로 수질 개선을 위해 낙동강 보라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대구 식수원이 위험하다. 강정고령보를 비롯해 낙동강의 모든 보를 개방해야 한다. 보 개방을 위해 취·양수시설 역시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취수원 상류 지점인 성주대교 일대에 녹조가 짙게 형성돼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대구 취수원 상류 지점인 성주대교 일대에 녹조가 짙게 형성돼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