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달성초·서부초, 음악으로 아이들 보듬는다
다양한 음악 교육으로 생기 넘치는 두 학교
달성초, 전교생이 학년별 맞춤형 국악 교육… 학교생활 적응 및 인성 함양에 도움
서부초, '대취타부'·'관악부' 등 특색 있는 음악부 운영… 교우관계 증진 효과도
대구 서구는 예로부터 흥이 넘치는 동네로 유명하다. 옛날 원님 부임 행차 때마다 백성들이 춤을 춘 것에서 형성됐다는 '날뫼북춤'부터, 고된 농사일을 견디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비산농악'까지. 다양한 전통음악 문화를 간직한 서구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아 온 학교 두 곳에선 유독 흥이 넘친다. 상대적으로 주변 환경이 열악한 서구에서 음악으로 학생들을 보듬는 달성초등학교와 서부초등학교를 조명해봤다.

◆전쟁통에 떠돌이 수업… 흥이 넘치는 학교의 아픈 과거
대구 서구 원대동에 있는 달성초는 1918년 5월 대구달성보통학교로 개교했다. 제3·8대 대구시장과 6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고(故) 김종환 씨가 1회 졸업생이다.
1939년 '달성공립심상소학교'가 1941년 '대구달성공립국민학교'로 교명이 바뀌었다가 1996년 지금의 달성초로 교명이 변경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대구는 그해 7월 16일부터 33일간 임시수도가 된 적이 있는데, 이때 후퇴해 온 정부기관과 부대들이 대구의 학교, 관공서 등을 사용했다. 이때 달성초에도 당시 교실 전부를 군부에 제공해야만 했다.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 1958년 10월 10일까지 육군정보학교, 가교실, 노천수업 등 떠돌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꿋꿋이 학업을 이어나갔고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1년 6월 노국국민학교로 승격하게 된다. 그 해 12월엔 노곡분교장을 설치하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러선 100주년을 맞은 2018년 교내 숲공원을 조성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맞춰 최적의 교육환경과 미래교육을 위한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동생은 소고, 누나는 북 둥둥… 전교생이 국악 삼매경
달성초에 가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교실에서 정겨운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교생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학년별 맞춤 국악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 2학년은 국악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동요와 접목한 국악 수업을, 3, 4학년은 본격적으로 국악기를 다루는 수업을 진행한다. 5, 6학년은 실제로 의상을 갖춰 입고 사물놀이나 풍물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국악 교육은 국악에 대한 학생들의 사랑을 키운다. 아울러 우리 전통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인성 함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달성초는 서구청의 서구인재육성재단 지원사업과 연계해 방과후 국악특성화 프로그램 사물놀이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악기 구입과 각종 국악 대회 참가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서부교육지원청의 공모 사업에도 선정돼 전통예술동아리를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다방면의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열린 모정 이명희 명창 기념 제14회 상주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초등부 연희부문 대상을 받는 등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올해도 국악 관련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전교생을 대상으로 국악풍류한마당을 운영해 국악 공연을 관람했고, 오는 2학기엔 창의적 체험활동 발표회로 학년별 국악기 연주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달성국악동아리 소속 김서진 6학년 학생은 "저학년 때부터 배웠기 때문에 국악이 매우 익숙하다"며 "6학년이 된 지금까지 해금, 가야금, 꽹과리 등 다양한 악기를 쉽게 배우고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다"고 했다.

이종숙 달성초 교장은 "우리는 대구 미래 교육에 바탕을 두고서 국악 중점 예술 교육을 통해 지성, 인성, 기능을 고루 겸비한 미래 인재 육성을 추구하고 있다"며 "국악 기반 예술감성교육과 지식, 기능, 태도를 고루 살피는 통합적 교육을 통해 전인적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앞으로도 지역사회 등과 협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달성토성마을의 유일한 배움터
서부초는 달성토성마을로 불리는 비산 2·3동에 있는 유일한 학교이자 한병채 헌법재판소 초대 상임 재판관을 비롯한 유명인을 대거 배출한 학교로, 마을의 자랑이다. 달성공원과 가까우며 달성토성 골목정원, 오미가미 거리 등 서구청의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역사와 변화가 공존하는 서부초의 전신인 대구여자공립보통학교는 1919년 6월에 개교했다. 이후 1935년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며 대구남욱정공립보통학교로 교명을 바꾼다. 그러다 1941년 4월 대구서부국민학교로 개칭되며 약 55년간 이름을 유지해오다 1996년 지금의 이름이 됐다.
해방 후 서부초는 '일제의 잔재를 불식하고 실제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연마하라'는 미군정청의 교육방침에 의해 교과와 수업시수를 편성했다. 일제의 '수신' 과목을 없애고 '공민' 과목을 신설했다. 국어 과목 수업을 많이 배정해 민족 언어교육에 힘썼다고 한다.
한국전쟁으로 서부초는 1950년 7월부터 교사와 교지 등 학교시설 전부를 군에 내주고 이로 인해 극심한 시설 부족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여기에 1·4 후퇴 이후 쇄도한 피난민 학생들까지 수용하며 어쩔 수 없이 노천교육과 야외교육을 진행해야 했다.
산과 들, 천막 속, 때로는 땡볕 아래에서 수업을 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쉼 없이 인재 양성에 힘쓰며 올해 무사히 103주년을 맞이했다.


◆태평소와 클라리넷이 공존하는 학교
서부초에 가면 대취타부나 관악부 학생들이 버스킹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부초가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음악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해인 1999년 창단된 대취타부는 서부초의 특색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다.
'대취타'라는 곡명은 불어서 연주하는 악기인 취(吹)악기와 때리는 악기인 타(打)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조선시대 관리들이 공식적으로 행차하거나 군대가 행진할 때, 또는 궁중무용 반주용 등으로 사용됐던 음악이다. 규칙적인 리듬의 타악기와 웅장한 취악기가 조화를 이뤄 기운찬 느낌을 준다.
현재 대취타부는 인원이 줄어 본격적인 부 활동 형태는 아니고 교육과정 안에서 동아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대취타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태평소와 장구뿐만 아니라 나각, 용고, 나발 등 이름도 생소한 악기들까지 접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창단한 서부초 관악부는 현재 33명의 부원이 소속돼있으며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유포늄, 타악기 등 6개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에 합주 연습을 벌인다.
서부초 관악부는 제29회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 금상 수상, 제1회 초등학교 학부모와 함께하는 합주경연대회 최우수, 제6회 합창합주경연대회 합주 부문 최우수 등 각종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을 이뤄냈다.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예술 감각을 키우고,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생김으로써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여럿이 호흡을 맞춰 연주하며 자연스럽게 교우관계가 원만해지고, 덕분에 교사들의 학생 생활 지도도 한결 수월해졌다.
지난해 10월 관악부에 가입해 현재 클라리넷 연주를 하는 6학년 박주언 학생은 "내가 어떤 하나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좋고 다른 친구들과 호흡을 맞춰 연주를 완성할 때마다 엄청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미경 서부초 교장은 "신명 나는 장단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대취타부, 아름다운 하모니로 감동을 주는 관악부는 활기찬 학교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며 "연주곡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단원들은 서로 협력하며 올바른 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학교의 자랑인 관악부와 대취타부가 전통을 계승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