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한미친화거리' 조성 6년째 방치…최근 미군부대 공사로 훼손

입력 2022-07-06 16:30:52 수정 2022-07-06 21:19:07

예산 11억이나 들였지만…인근 주민들조차 알지 못해
지난달부터 미군 부대가 장벽 공사하며 공간 훼손

6일 한미친화거리 입구 뒷편으로 캠프워커 담벼락 정비 공사를 위해 바리케이드가 설치돼있다. 김세연 기자
6일 한미친화거리 입구 뒷편으로 캠프워커 담벼락 정비 공사를 위해 바리케이드가 설치돼있다. 김세연 기자

지난 2017년 대구 남구청이 11억 8천만원을 들여 조성한 '한미친화거리'가 훼손된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애초 관광 효과를 기대하고 조성했던 거리가 이제는 사람들이 찾지 않는 유명무실한 공간으로 전락했다.

6일 남구청에 따르면 봉덕3동 있는 한미친화거리는 지난 2017년 10월 미군 부대 주변 낙후환경을 개선하고 양국 간의 우호를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캠프워커 정문까지 대략 폭 12m에 길이 470m 정도 되는 구간으로 달러 환전소나 영문 간판을 사용하는 상업시설이 주로 입점했다. 자유의 여신상 등 미국을 상징하는 사진이나 성조기 등을 거리 곳곳에 배치하며 관광 효과도 기대했다.

문제는 지난달부터 미군 부대 측이 한미친화거리의 주 무대인 캠프워커 담벼락 공사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공사 과정에서 한미친화거리 일부가 훼손됐고, 조성 당시 진행했던 녹지화 사업 구간과 도로도 없어졌다. 미군 부대 측은 캠프워커의 낙후된 외벽 공사를 위해 벽 앞뒤로 약 1m 공간까지 허물었다.

미군 부대 외벽공사로 거리 환경이 훼손되자 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공사는 올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난 6년 동안 한미친화거리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미친화거리 인근에 15년째 거주하는 신모(30) 씨는 "지인에게 미국음식 파는 곳이 있다고 들어서 어디인지는 알지만 한미친화거리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며 "지도나 SNS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으니 알려지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봉덕3동 동사무소 관계자도 "인근 주민들도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모르고, 거리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공사가 끝나는 대로 구청과 함께 외벽과 녹지화 작업을 원상복구하기로 협의했다"며 "한미친화거리 조성 당시에 노후화된 가게를 개선하고 거리를 살리려고 했으나, 코로나 이후 폐업하는 가게도 생기고 상업 기능이 상실하게 되면서 관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