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정지역 해제의 의미

입력 2022-07-08 11:40:21 수정 2022-07-10 16:12:35

김진효 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장

김진효 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장
김진효 한국주택금융공사 대구지사장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시 7개 구·군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대구 주택시장의 규제가 2020년 12월 이후 거의 18개월 만에 해제된 것이다. 우리 지역에는 최근 2, 3년간 10만 가구 이상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가져왔다. 시장경제 원리상 공급이 많아지니 수요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어 가격 하락의 위험성을 안고 왔는데, 최근의 급격한 금리 상승과 고물가, 고환율 등 경제 불안정 요인에 의한 수요자 매수 심리 위축으로 주택 거래 시장이 그야말로 빙하기를 맞고 있다.

우리 지역의 주택시장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었다는 것을 필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격리 해제된 수준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코로나 감염 이후 격리 해제되었다 해서 곧 영구 항체를 갖게 되어 바이러스에 무적(無敵)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백신을 맞은 효과를 가지게 되는 정도이니, 더욱 조심해서 방역에 각별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또 다른 경고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택시장의 부실화에 대한 면역력은 수급을 적정하게 조절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정상 작동되고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와 공급 시장이 안정적으로 조성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조정대상지역의 격리기간이 해제돼 규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 지금, 우리 주택시장의 면역력은 어떠할까. 내년까지 이어질 지역의 입주 물량이 4만 가구 이상이고 DSR 규제 등 대출 규제,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의 하락 등 우리 주택시장을 위협하는 감염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에 조정지역 규제 백신의 효과를 최대한 보면서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철저한 노력이 다각적으로 요구된다.

지역에 대한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을 적정하게 조절하여 연착륙시킬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며, 건설업체를 포함한 공급자의 경우에도 불안정한 시장 환경에서 선분양 아파트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후분양 공급의 검토, 양질의 임대아파트 건설 등으로 공급의 다각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수요자들의 경우에는 투자적 혹은 투기적 욕망이 아닌 실거주의 바람을 우선하면서 스스로의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 규모와 대상 주택을 선택하여야 한다. 투자 이익을 위한 이른바 갭투자가 아니라 본인 자금에 더해 꼭 필요한 대출을 안심하고 상환할 수 있는 실수요자 갭대출을 받아서 내 집을 마련한다는 인식도 가져야 한다.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어 주기 위한 40년 이상 만기의 초장기 대출과 상환 책임을 담보대출 대상 주택에 한정하는 유한책임대출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감염을 피할 수 있는 면역력 강화 항체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다. 우리는 2년 넘게 방역의 기본인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에 맞서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지역 주택시장을 지켜 나가기 위한 방역을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부합하는 공급 조절 백신과 가계부채 부실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금융 마스크 착용, 그리고 투기적 수요와의 거리두기로 지역 주택시장의 부실화에 맞설 수 있는 완전한 면역 항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지난해 '대구시민주간'에서 'K-방역의 중심, 대구 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제는 '주택시장 위기 극복의 방역, 대구가 먼저 합니다'라는 실천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