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구엔 5성급 호텔이 2개’가 갖는 의미

입력 2022-06-21 15:00:57 수정 2022-06-21 17:02:00

변선진 경제부 기자
변선진 경제부 기자

지난달 23~27일 대구의 주요 호텔이 일제히 만실이었다. 호텔 업종 특성상 월~금 평일 기간에 주요 호텔 대부분의 객실이 가득 차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 이유는 가스 분야 최고의 축제인 세계가스총회가 대구에서 100% 대면 행사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직전 개최(2018년) 이후 3년 만인 지난해에 열려야 했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 한 해 뒤로 밀렸다.

'뜻밖의 대목'을 맞게 된 대구 주요 호텔들은 총회 기간 숙박료를 대폭 올렸다. "수요가 많아 예약률이 높은 기간엔 정상가의 할인율을 크게 낮추는 게 업계 관행"이라면서다. 4~5성급 호텔 객실 수를 모두 합쳐도 1천 개가 조금 넘는다. 4천~5천 명의 외국인이 세계가스총회로 대구를 방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숙박료를 지불했을 것이다.

문제는 또 다른 상황에서도 발생했다. "대구 호텔 왜 이렇게 비싼가요?"나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네요"라는 반응이 이어지면서다. 갑작스레 대구에 출장을 온 사람들이나 관광·여행 온 사람들은 불만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세계가스총회는 가스 등 에너지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하러 온 바이어나 수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참여한 업체 간의 비즈니스 행사에 가깝다. 일반 사람들은 세계가스총회가 있었던 까닭에 숙박료가 비싸졌다는 내막을 알 길이 없었다. 가뜩이나 이름난 관광 명소가 적어 외부인의 방문율이 낮은 대구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이 좋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호텔 등 숙박 인프라가 지금보다 더 풍부했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소위 주요 4대 도시(서울·부산·대구·인천) 중 대구의 주요 호텔 개수가 가장 적은 건 사실이다. 서울은 5성급 호텔만 20개가 넘는다. 부산과 인천은 각각 6개씩 있다. 반면 대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호텔인터불고 대구'뿐이었고, 글로벌 호텔 체인이 직영하는 '대구 메리어트 호텔'이 개점 1년 2개월 만인 지난 3월 5성급 지위를 받으면서 겨우 2개가 됐다. 4성급 호텔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보텔 앰배서더 대구'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문을 닫기도 했다.

한국의 '주요 도시'라고 하기엔 여전히 숙박 인프라가 열악해 보인다. 실제 이번 총회 기간에도 '숙박 대란'은 불 보듯 뻔하게 예견되는 상황이었던 탓에 대구시는 일반 숙박업소를 일반 호텔로 전환하는 '시설개선사업'을 지난 4월 추진하기도 했다. 지원금을 최대 1천만 원 줄 테니 간판을 '호텔'로 바꾸고, 조식·개방형 안내 데스크 등 호텔 구색을 갖추라는 것이다. 그러나 숙박업계에선 "지원금이 너무 적다"거나 "돈은 돈대로 쓰고 1~2성급 호텔을 받으면 오히려 손해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단기간에 호텔과 같은 숙박 인프라를 형성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을 테다.

호텔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목적지에 묵기 위한 '수단'의 기능이어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텔은 주요 도시의 중요한 자산이자 랜드마크로 발전하기도 한다. 호텔 이름만 대도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 정도다. 굳이 그 지역을 관광하러 오지 않더라도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위해 일부러 멀리서 찾는 시대다. 코로나19 이후 대구 관광이 더 뜸해진 요즘, 사람들이 '대구에 올 이유'를 하나씩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