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연극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공주, 거창, 밀양에서 연극축제가 릴레이로 펼쳐지고 있다. 역대 가장 뜨거운 한반도의 폭염에도 제22회 고마나루국제연극제(예술감독 강태식)는 지난 28일 극단 전원의 <갑신의 거>(연출 김상윤, 작 위기훈)가 대상과 연출상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금상은 <오셀로–두 시대>(극단 단잠, 연출 장봉태)로 돌아갔다. 공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10일간의 축제는 '폭염보다 더 뜨거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제의 도시 공주의 특산물이 알밤인데, 연극으로 특화된 도시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2004년 전국 5개 극단이 참가한 '고마나루향토연극제'로 출발한 축제는, 2022년 제19회를 기점으로 국제연극제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만큼 백제의 역사가 뿌리인 충남 공주에서 개최되고 있는 고마나루국제연극제가 올해까지 22년을 달려오며, 지역 연극 문화가 점차 보편화되고 국제적인 감각으로 성숙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해마다 공연장을 찾는 공주시민 관객들도 적지 않다. 개막 이후 대공연장에서 열린 작품들은 평균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했다. 중국팀 초청작 (소석문화유한공사, 공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다. 축제 기간 3개의 초청 작품과 5개의 경연 작품을 관람한 관객은 3,500여 명에 달했다. 공연을 위해 공주를 찾은 한 배우는 공연이 끝난 뒤 "공주시민들의 연극관람이 성숙하고, 작품별로 호응이 좋아 무대에서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 강한 인상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분위기가 이 정도이니, 주최 측에서는 7명의 시민 심사위원단을 선정해 특별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공주를 찾은 연극예술가들을 포함하면 총 4,000명이 방문했고,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0일간 집중된 축제 기간 공주 시내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 공산성 앞 거리는 연극인들로 북적였고, 지역 경제의 소비 활동으로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고마나루국제연극제'의 전통성을 고려해 해마다 축제보조금을 지속해서 지원해왔다. 지난해에는 지역 지자체에서 이를 전액 삭감하는 바람에 연극인들의 자발적 동참으로 어렵게 연극축제를 치른 아픈 경험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올해 축제의 특징은 전국 연극인들과 관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연극축제가 개최되는 동안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았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한 시민은 지역의 역사성과 연극축제에 매료되어, 자비를 들여 해마다 축제 기간 공주를 방문하고 있다. 폐막식에는 용호성 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시도 위원, 문화정책국장들이 대거 참석해 앞으로 공주를 대표하는 연극제가 지속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원 가능성도 보였다. 강태식 예술감독은 "내년 축제에는 해외 연출가전을 비롯한 작품들을 통해 타 지역 연극 축제와 차별화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극 축제가 지역 브랜드가 된 밀양과 거창에 비해 고마나루연극제의 예산을 국제연극축제 규모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타임루프' 방식을 통한 오늘날 정치사의 환기와 역사의 재해석" 김상윤 연출 위기훈 작, 김옥균의<갑신의 거>
올해 경연작품은 다섯 편이다. 전체적으로 역사와 고전의 원작 텍스트를 기반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평화, 분단, 전쟁, 사랑, 화합, 역사 인식 등 보편적인 주제들이었다. 한국적인 정서와 서사가 한국화나 민화적인 채색미처럼 무대 형상화에 더해져 작품성과 연출적인 미학성이 안정적으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연극예술성과 대중성이 혼합된 작품이 많았고, 이에 따라 관객들의 선호도와 반응도 높았다. 극 중 인물의 캐릭터를 정확히 포착해 내는 배우들의 역량도 상당한 기량을 보여주었다. 대상과 연출상을 받은 <갑신의 거>(극단 전원, 연출 김상윤, 작 위기훈)는 1884년 조선의 근대화를 향한 짧고도 격렬했던 3일간의 갑신정변을 다룬 작품이다.
'타임루프' 형식을 통해 그날 정변의 역사성을 재현하고, '광대극'으로 표현을 확장하며 실험극적인 역사성과 전통극의 혼성(混成)을 시도한다. <갑신의 거>는 김옥균의 정변 실패를 보여주며 '역사의 반복'이라는 아이러니를 전면에 드러낸다.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현대와 전통을 아우르는 판타지 구성과 연극적 놀이 구조를 통해 그날의 역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무대는 그날의 역사를 광대들의 놀이로 풀어내는 구조다. 프롤로그부터 극 중 인물 '광대장'(안연제 분)이 객석에서 등장해 관객에게 말을 걸며, 무대를 '갑신 정변의 그날을 재현하는 공간으로 설정한다.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고종, 민씨 왕비 등 주요 인물들의 등장은 모두 전통 광대놀이 양식으로 표현되는 재현 방식이다.
광대장에게 배역을 설정받는 '놀이의 의식'으로 시작되는 구조는 브레히트식 서사극을 연상시킨다. 관객은 서사에 몰입하지 않게 되고, 갑신정변의 역사성을 '현재 시점'에서 전통 광대들의 놀이로 풀어내는 '과거의 사건'으로 목격하게 되면서 무대는 '타자화된 역사 보기'를 마주하게 된다. 4막으로 구성된 <갑신의 거>의 주 공간은 조선 후기 개화파 정치인 김옥균이 주도해 근대적 우편제를 도입한 상징적인 기관이다. 1884년 조선 최초의 근대식 우편행정기관 '우정총국'을 중심으로 한다. 경복궁 대조전(大造殿), 궁궐의 내전과 외전 공간을 연결하는 요금문(遙禁門), 대조전, 경우궁(景祐宮)에서는 갑신정변 그날의 고종과 중전 민 씨가 광대극 서사 속 타임 루프 장치를 통해 김옥균의 개혁을 좌절시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민 씨는 고종(김재훈 분)에게 "사대라는 전술로 수백 년을 살아남아 왔다"라고 강조하며, 일본보다는 청을 통해 조선을 지키려는 논리를 펴기도 하며 청나라와의 사대관계를 정치 전략으로 활용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민 씨를 캐릭터화한 의상 또한 이러한 역사적 특징을 반영한다. 고종 황제의 전통적인 청룡포에 비해 보다 현실적인 정치 감각이 드러나도록 상징화되어 있다. 고종은 민 씨의 정치적 압력 아래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이처럼 그날의 격동적인 정치적 이념대립이 속도감 있게 전달되면서도, 4막의 '그림자 공간'과 현실 공간은 타임루프를 통해 극 중 인물들의 정변을 거치며 생겨나는 심리적 변화와 내면화를 서사적 층위로 전환하는 장치로 그날의 역사가 환기된다. <갑신의 거>는 정변의 역사성을 소환하는 기억(과거)과 광대들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정변의 현재성, 김옥균의 실패에 대한 인식 등이 혼재된 환영적인 내면 공간으로 시공간이 파동 된다. 이러한 타임루프 구조는 단순히 '김옥균의 갑신정변 실패'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보다 그 실패가 구조적으로 불가피했음을 각인시키기 위한 반복성을 드러낸다. 한 인물의 실패라기보다 고종으로 대표되는 근대화 시도의 한계,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선의 정치 체제를 풍자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갑신의 거>는 '김옥균의 정변 실패'보다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작가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화를 꿈꾸었던 김옥균의 3일간의 쿠데타를 재현하기보다, 수백 년 동안 반복되어 온 '개화의 망령'이자 '자주독립이라는 환영'을 무대 위에 소환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실패한 김옥균(이창근 분)은 여전히 근대화 혁명의 꿈을 버리지 못한 채, 마지막 장면에서도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개화를 통한 개혁을 꿈꿨던 김옥균의 욕망을 <갑신의 거>는 실패한 혁명의 반복으로 재현하며, 미완의 정변은 대한제국의 구조적 한계와 신·구로 대립하는 정치이념의 충돌에서 비롯되었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그날의 역사성을 소환하는 <갑신의 거> 김옥균의 몰락과 정치적 비극을 광대극이라는 놀이적 형식을 통해 풍자하고, 관객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사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출적으로는 오브제의 활용도 장점이다. 극의 주제와 구조, 극 중 인물의 캐릭터, 그리고 김옥균의 갑신정변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연극적으로 환기하는 상징적 장치로 감각되도록 했다. 특히 '천'을 통해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연출적 장치도 효과적이었다. 광대장 안연제와 김옥균 이창근의 연기도 두드러졌다.

◇셰익스피어를 소환한 고전의 재해석, 두 시대의 비극성 <오셀로-두 시대>
금상을 수상한 서해 작 <오셀로–두 시대>(재구성·연출 장봉태)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오셀로>를 조선(1592년 임진왜란)과 경성(1925년 일제강점기)이라는 두 시대의 비극의 역사적 파동을 중첩하고 있는 작품이다. 충성과 배신, 사랑과 질투… 일제강점기의 식민 역사성과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의 시대적 텍스트 위에 병렬되는 두 시대의 극적 장치가 인상적이다. <오셀로–두 시대>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배반하거나 충성하는 인물들이다. 조선의 김충선(김필 분)은 왜군에서 귀순한 이방의 장수이며, 경성의 강무현(송용식 분)은 조선인이지만 황국의 경찰로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충선은 '배신자'라는 낙인을 감수하며 조선을 위해 싸우고, 강무현은 민족을 배신하며 권력을 좇는 인물이다. <오셀로–두 시대>의 두드러진 점은 '역사의 병렬과 반복'의 구조다. 작품 속 인물들은 조선(1592년)과 경성(1925년)이라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지만, 동일한 역할과 대사를 마치 분신처럼 공유하며 시대를 넘나드는 존재로 설정된다.
극 중 인물들은 마치 거울처럼 서로의 내면을 반사하며, 유사한 감정과 갈등을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두 시대를 연결하는 이러한 구조는 인물들을 중첩적으로 응시하게 해 '두 역사의 마주 보기'를 통해 비극의 역사성을 소환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극의 구조 속에서 동일 인물들이 반복하는 감정과 갈등은, 시대에 따라 다른 윤리적 선택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김충선과 강무현은 '오셀로'라는 질투의 정념 속에서 자멸해가는 비극의 원형을 따르지만 전자는 조선을 위해 싸우는 왜군 출신 장수로, 후자는 조선인임에도 일본 제국의 질서를 수호하는 경무대장으로 설정된다. 동일한 충성과 사랑, 의심과 분노가 반복되는데도 이들이 속한 시대와 지형에 따라 비극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오셀로–두 시대>는 오셀로라는 고전 비극의 틀을 조선과 경성이라는 이중 시공간에 병치함으로써, 감정 구조를 시대적 윤리와 권력의 맥락 속에서 변주된다.. 김충선과 강무현은 각각의 시대에서 '타자'의 정체성을 지닌 오셀로의 그림자를 반복하지만, 한 사람은 조선을 위해 싸우고도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다른 한 사람은 제국에 충성하다 끝내 인간성을 상실하게된다.
작품은 사랑과 충성,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반복되며 시대에 따라 어떻게 비극이 되는지를 <오셀로–두 시대>를 통해 보여준다. 한 인물의 감정 구조가 시대적 조건에 따라 어떻게 윤리적 파열을 일으키는지를, 반복과 셰익스피어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전복의 방식으로 드러낸다. 한국근현대사의 두 시대를 중첩하고,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섞어 역사적 비극이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절제된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김필 배우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고른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이례적으로 한 작품에서 두 명의 배우(박신후, 서지유)가 연기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 시대의 고추장수 서일록, 민통선 DMZ에서의 사랑과 평화, '깐깐한 선비의 철학정신'
은상과 무대예술상(이금철)을 수상한 극단 현장의 <고추장수 서일록 씨의 하룻밤>(작 김이경, 연출 고능석, 움직임 연출 고재경)은 지역, 세대, 계층, 다문화 사회의 갈등을 '뱅이술마을'에 살게 된 이방인 서일록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정돈된 작가적 구성과 고전적인 풍자와 해학성을 통해 연출적인 리듬감으로 살려낸 점이 돋보인다. 서일록 역의 최동석, 주모 역의 황윤희 배우는 인물의 캐릭터를 고전의 맛으로 살려내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아쉬운 점은, 작품이 대중적인 기호에 치우쳐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극단 달팽이주파수의 <노민호와 주리애>(각색 연출 이원재)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재해석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서사다. 노민호와 주리애가 살아가는 배경은 최북단 민통선 DMZ 인근이다. 전쟁을 겪은 마을에는 상이용사도 등장하고, 사랑에 빠진 노민호와 주리애는 결국 결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원수 가문의 자녀로 설정된다.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가문의 증오와 복수 속에서 갈등하게 되고, 노민호는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 원수 가문의 자녀일지라도 두 사람의 사랑으로 가문의 평화를 이루고자 신부님도 등장하고, 대를 이은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과 가문의 이야기는 남북 분단과 전쟁, 그리고 평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난다. 사랑을 위해 주리애는 신부의 말을 듣고 약물을 먹고 하루 동안 죽은 척을 한다. 주리애를 찾으러 간 노민호는 그 광경을 보고 주리애 곁에서 죽음을 선택한다.

주리애는 깨어나고, 이들의 사랑과 죽음은 비극적인 두 가문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맺는다. 작품이 내재한 사랑의 처방은 평화이지만,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노민호와 주리애>라는 연출적인 아이디어와 평화의 상징이 된 DMZ 도보다리를 연상하게 하는 무대 구성, 연출적 감각이 돋보였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다 보니, 운명적인 사랑도, 비극적인 가문의 서사도, 평화에 대한 메시지도 분명하게 전달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서사적 장점들을 교차시킨 느낌이었다. 발랄한 연출 재료는 넘쳤지만, 연극적인 노포다움보다는 특정 국적이 없는 퓨전 음식 같은 인상이 강했다. 배우들의 앙상블과 비보이들과 연기적 리듬감은 인상적이었다.
시민 심사위원단의 특별상(단체상)을 받은 (사)문화창작집단 공터다의 <산 밖에 다시 산>(연출 황윤동, 작 김인경)은 조선 중기 무인이자 유학자인 박석(송당 박영)의 이야기다. 조선왕조 500년 정치 역사의 뿌리가 '성리학'이라는 철학 사상이었다면, 진영과 계파 논리로만 똘똘 뭉쳐 있는 오늘날의 정치판과 표절, 사법부에 대한 불신, 주가조작 등 도덕적 질서가 무뎌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작가는 '철학 정신의 부재'로 본 것 같다. 청렴하고 깐깐한 선비정신이 붕괴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까. 작가는 유학자 박석을 소환해,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적인 선비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무대는 수묵화처럼 담백하고, 한국화처럼 여백도 넘쳤다. 장점이면서도 단점이었다. 청소년들의 인문학적 교육적 효과로는 좋은 연극이다.
역사적 소재를 무대로 소환할 때, 설명이 과하면 역사적 재현에만 머무르고, 동시대로 읽힐 수 있는 의미는 연출과 작가의 의도만큼 인색해질 수 있다. 대체로 역사와 고전을 재해석한 다섯 작품은 고른 작품성을 보였음에도, 아쉬운 지점은 무대 구현을 위한 희곡의 재해석은 좋았으나, 동시대적인 현재성은 다소 부족했다. 특히 역사적 소재를 무대화할 때 극 중 인물의 대사(언어)를 통해 서사의 갈등과 사건을 직접 설명하고 해결하는 방식은 치명적인 오류를 보인다. 연극성은 감추고, 그 안에 내재하는 은유, 비유, 생략, 상징들이 쌓일 때, 연극성은 연출의 형식과 문법으로 살아나고, 그것이 연극성과 연출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연출적 공간 문양에 선명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존재가 바로 배우들이다. 다섯 작품 모두에서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은 인상적이었고 올해 고마나루 국제연극제를 안정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백제의 공주(公州) 특산품은 '알밤'보다 차별화된 축제 '연극'으로 특화
올해 고마나루국제연극제 경연작품 중, 작품상과 연기상 선정과정에서 의견이 다양했다. 큰 방향에서 작품상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점에서 작품상은 대중적인 레퍼토리로 잘 구성된 작품보다는, 연극적인 예술성과 연출적인 실험성이 포개져 있는 작품을 우선으로 선정했다. 연기상도 작품별로 고르게 안배하겠다는 차원은 고려되지 않았다. 특정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연기의 완성도보다는, 극 중 인물로 분한 배우의 원초적인 감각성에 더 주목했고, 이러한 방향에 따라 올해 고마나루국제연극제의 수상작과 연기상이 결정됐다. 대상도 여러 단점이 있었음에도 선정된 것은, 거칠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작품성과 연출적인 잠재력 때문이다. 특히 배우가 와이어리스를 사용할 때, 소리가 확장됨에 따라 대사의 톤을 배우들의 성량에 맞게 기술적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이 지점이 거칠었다.
젊은 배우들인 만큼 감정의 에너지를 밀고 나가다 보니, 전체가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로운 선율로 극 중 인물의 감정선으로 연결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고 마지막 10분의 의미는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드러내도 되는 장면이고 과하다. 올해 고마나루국제연극제의 가장 큰 수확은 출품작들이 향토 연극성에 한정되지 않았고, 16개 신청작품 중 선정된 5편의 경연작들이 고른 작품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과감한 시도들이 담긴 작품들, 기성 연출가들과 해외 작품들, 그리고 신진 연출가들도 대거 참여할 수 있는 확장성 있는 고마나루국제연극제가 되기를. 올해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축제였다. 특히 대한민국연극제 폐막식에서는 충남 공주의 극단 젊은 무대의 <소나무 아래 잠들다>가 은상을, 김수란 배우가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공산성을 바라보며 열린 올해 고마나루국제연극제는 특산품 '알밤'보다 앞으로 충남 공주의 차별화된 축제의 특산물은 '연극'이 될 정도로 지역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러한 축제 분위기에 오태근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 대한민국 예술청 건립을 위해 공주부터 시동을 걸고 전국으로 향하고 있다. 올해 대상을 수상한 극단 전원은 2013년도에 김상윤(상임연출)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작품들을 해석해 활동하고 있는 극단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전저브레드 맨>(2023), <갑신의 거>(2024), <비타민D>(2024, 삼일로 창고극장)와 충남연극제에서 연출상과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마음의 준비>(2025)등이 있다.

김건표 대경대학교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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