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과한 수사 제동…李경북도지사 첫 사례 되나

입력 2025-07-31 06:30:00

법무부, 공직·기업 대상 관행 손봐
경찰 자의적 판단 범죄 몰아…우려 속 소극 행정·경영 부담
이철우 지사 "2년 넘게 직원 고통"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7일 도청 동락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7일 도청 동락관에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라 법무부가 공직자와 기업인의 업무 판단을 범죄로 몰아가는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거는 지침을 내렸다.

일선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정책적 결정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특히 지침을 대검찰청에 전달하며, 구체적인 수사 실무까지 일일이 지적했다. 대통령의 강경한 의중이 반영된 이번 지침은 무리한 수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경북도 압수수색 사건에서 시범 적용의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9일, 대통령실의 지시를 받은 후 대검찰청에 '공직수행 및 기업 활동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건 수사 및 처리 시 유의사항'을 공식 전달했다. 법무부는 최근 공직자의 정책 결정이나 기업의 전략적 판단이 수사기관에 의해 직권남용이나 배임죄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침을 통해 "공무원들이 사후 법적 처벌을 우려해 소극 행정을 선택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경영 전략 수립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공직자와 기업인의 진술을 충분히 듣고, 축적된 판례에 비춰 관련 증거와 법리를 신중히 판단하라"며 "고발 등 수사 단서 자체로 범죄 불성립이 명백한 경우 신속히 종결하라"고 구체적인 사례까지 명시했다.

이번 지침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례로는 경찰이 최근까지 수사를 강행하고 있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관련 사건이 꼽힌다. 해당 사건은 지난 24일, 경찰이 이 도지사 관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며 공론화됐다. 경찰은 2021년 포항에서 개최된 A언론사 주최 드론 행사와 관련해 경북도가 특혜성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 측은 이 수사가 '전제부터 틀렸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도지사는 간부회의에서 "해당 언론사와 개인적으로 접촉한 사실도, 예산을 대가로 지급한 사실도 없다"며 "취임 직후 전 언론사 홍보비 예산을 일괄 30% 삭감했을 정도로 원칙을 지켜왔다"고 반박했다.

특히 문제가 된 행사 예산 역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지급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해당 행사는 민선 7기 공약사업으로 포함된 드론산업 육성 사업의 일환이었다. 예산도 행사 전해에 포항시의 제안으로 책정됐고, 집행 과정에서도 요청액의 40% 이상을 삭감한 금액이 지급됐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각각 3대 7 비율로 부담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2021년 관련 부서에 근무했던 공무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예산 담당 부서까지 압수수색하고 관련 인물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해 왔다. 이 도지사는 "2년 넘는 수사로 인해 도청 공무원들이 심리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조직 보호를 위해 법률 지원과 심리치료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번 법무부 지침이 경북도 사건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직자의 정책 판단을 무리하게 수사 대상으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가 경북도 사건"이라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내려진 법무부 지침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된다면, 이 사건은 시범 사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이 도지사가 과거 국가안전기획부 재직 시절에 제기된 의혹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예산을 집행했다는 내용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해당 보도는 이미 삭제된 상태이며, 도는 보도 내용 자체가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도지사는 "2022년 도지사 선거는 경쟁자 없이 단수 공천으로 진행됐고, 선거 무마를 위한 동기 자체가 없다"며 "정치적 수사로 몰아가는 경찰의 행태를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