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수박 금지령'…"감정 건드리면 안돼"

입력 2022-06-12 16:38:06 수정 2022-06-12 20:57:41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수박'이라는 단어를 쓰는 분들 가만히 안 두겠다"고 경고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이 격화하자 직접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박이 뭔가, 수박이. 겉은 민주당인데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소리다. 어떻게 같은 당 구성원을 그렇게 공격하느냐"며 이 같이 말했다.

'수박'은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이 '겉은 푸르면서 속은 빨갛다'며 이낙연 전 대표 측을 비롯한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을 비난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는 또 "인신공격, 흑색선전, 계파적 분열의 언어는 엄격히 금지시키겠다. 선거에 진 정당이 겸허한 평가의 접근이 아니라 서로 남 탓하고 상대 계파의 책임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이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수박 금지령'을 내린 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박 사진과 함께 "수박 정말 맛있네요~"라는 글을 올리자,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즉각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조롱과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서 일부러 화를 유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이 의원은 11일 "정치 훌리건들을 등에 업고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재차 글을 올렸고, 김 의원은 12일 "지금까지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를 해체 선언하고, 영구처럼 '계파 없다' 이러면 잘못된 계파정치 문화가 사라지는 것이냐"고 재반박하는 등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 같은 내홍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 혐오 표현에 대해 강력 제재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가) 원내대표를 할 때도 쓸데없는 발언을 하는 의원들 가만히 두지 않았다"며 "감정을 건드리는 언어를 쓰기 시작하면 비대위가 정리하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