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습 경북농업기술원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는 식량 위기로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는 밀 수출량 세계 1위 국가이고 우크라이나는 5위에 해당한다. 러시아는 2020년 세계의 19.9%에 해당하는 3천727만 톤(t)을 수출했고 5위인 우크라이나는 1천806만t으로 8.5%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빵 바구니라고 불리는 이들 두 나라 간 전쟁은 전 세계에 식량 불안을 촉발했다.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미국마저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최대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는 지난해 10월부터 비나 눈이 오지 않았고, 또 다른 주산지인 오클라호마주와 텍사스주의 60% 이상이 심한 가뭄 상태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작황이 가장 나쁘다고 평가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밀 가격은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고 있다. 밀 가격 상승은 밀가루를 사용하는 식품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옛날국수 소면 가격은 33%, 짜장면 9.1%, 라면 8.2%, 떡볶이 8.0% 등 39개 외식 조사 품목 물가는 모두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이 물가를 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00년 30.9%에서 2020년 기준 19.3%로 11.6%포인트나 감소했다. 2020년 우리나라 식용 밀 수입량은 250만t으로 쌀 소비량 350만t에 육박하고 있으나 국내 밀 자급률은 0.8%에 불과하다. 한국은 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곡물자급률이 빠르게 무너지며 식량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육류 소비도 늘어나게 된다. 1㎏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13㎏의 사료를 먹여야만 하고 그만큼 곡물 수입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경북도는 한우와 육우 생산이 전국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1위 지역이기 때문에 경종(논밭을 갈고 씨를 뿌림)-축산의 순환과 연계한 조사료 생산 기반을 확대하여 곡물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당장 대비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국내 자급률을 높이는 것과 더불어 개발도상국을 지원해 곡물 공급망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경지 면적이 비슷한 네덜란드는 중계무역과 가공무역으로 약 122조 원의 수출을 하고 있다. 식민 시대부터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전통,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농업 정보망과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한 덕분이다. 일본은 국제농림수산업연구센터(JIRCAS)라는 기관을 통해 대학원생들을 파견해 현지 교수들과 농업 연구를 함께 한다. 영국은 커먼웰스 프로그램을 통해 옛 식민지를 돕는 공적원조(ODA) 개발사업을 펼친다.
경북도는 '대학과 함께하는 연구 중심 혁신 도정'을 펼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현지 대학에서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해외 농업 전문가도 양성하고 인적 네트워크도 확보된다. 개발도상국과 기술 협력을 통해 우리가 지원해서 생산된 농산물을 구매하면 해외 공급망도 다변화하고 식량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경북도는 세네갈, 나이지리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 9개국을 대상으로 새마을운동이라는 가장 효과적인 발전 모델을 전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농업 R&D와 대학과 협력해 해외의 농업 공급망과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전략을 만들어 가야만 미래 식량 위기에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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