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증권맨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쏟아졌다. 자유를 강조하며 기업의 경영활동을 옥죄는 규제 혁파에 나서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포부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야 경제적 관점에서만 얘기하는 거니까 국정 전체를 관장하는 분의 깊은 뜻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우국충정(憂國衷情)만큼은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정책 토론회 못지않았다.
이들이 가장 아쉬워한 점은 군사 분야를 넘어 경제와 기술 영역까지 미국으로 완전히 기운 새 정부의 외교 기조였다.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 완전히 척만 지지 않으면 중국과 거래를 해 온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 또는 '시장의 힘'을 지렛대로 중국과의 교역을 이어 갈 수 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한 증권사 본부장급 인사는 "기업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그 자리가 활동 무대"라며 "중국과 거래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데도 중국을 거래 상대에서 배제해야 하는 상황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 편에 서는 우리나라를 상대로 본격적인 보복에 돌입할 경우 한국 경제의 출혈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한 애널리스트는 "이른바 '자유 진영'이 스크럼을 짜고 중국의 대외 확장을 저지하면서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며 "사드 한국 배치 후 중국이 보인 보복 행태에 치명상을 입은 국내 기업들이 다시 어려움에 처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사드 한국 배치 후 우리 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에 나섰고 관광, 소비재, 자동차 업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아울러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정책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불안 요인에 따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 있는 현상)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논리다.
한 펀드매니저는 "우리 경제의 공공연한 불안 요인인 북한의 군사적 도발 변수가 더욱 주목을 받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더욱 꺼리게 만드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들의 잇따른 금리 인상과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힘으로 누르는 전략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계시장이 미국과 중국·러시아 진영으로 나뉘어 재편되는 최근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세계가 하나의 자유무역 체제로 작동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른바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되면 가까운 곳에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던 중국을 대체할 '자유 진영 내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말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제가 검사 생활을 할 때도 대통령님을 존경했고 그분의 자서전도 꼼꼼히 읽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이 생전 자주 언급했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두루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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