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반년 넘은 경비원 갑질 금지법, 정작 현장은 "달라진 게 없다"
대리주차 요구에 심야에는 술에 취한 주민이 주차 맡기기도
단기계약 의존 탓에 부당한 대우에도 목소리 내기 힘들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원의 근로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실시된 지 반년이 넘었지만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안한 고용환경에 놓인 경비원들은 계속되는 입주민들의 부당한 지시에도 여전히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는 A(65) 씨는 입주민들로부터 여전히 '주차 좀 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일명 '경비원 갑질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심야에는 술에 취한 주민이 주차를 맡기기도 한다"며 "법을 설명하면 오히려 '이것도 해줄 수 없냐'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고 있다. 개정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공동주택 내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의 보조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정리 ▷안내문 게시 및 우편수취함 투입 ▷위험 발생 방지 위한 주차 관리와 택배 물품 보관 등은 허용 업무로, ▷경비원이 택배 물품을 세대주에게 직접 배달하거나 입주민 차량을 대리주차하는 행위는 제한 업무로 규정했다.
이를 위반하는 입주자와 입주자대표회의 등은 지자체장의 사실조사와 시정명령을 거쳐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 이 같은 행위를 하게 한 경비업체는 경비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문제는 경비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경비원 대부분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 경비(용역)업체 소속인데, 입주민과의 불화가 해고로 직결될 수 있는 구조에 놓였다.
4년차 경비원 B(64) 씨는 "3개월의 단기계약을 맺고 있는 경비원들은 파리목숨이다 보니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다"며 "법이 경비원들을 보호해준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경비원들끼리 신세타령하며 하소연하는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경비원들의 고용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개월과 6개월 등 초단기계약에 의존하는 경비원들은 갑질을 당하더라도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은정 대구아파트경비노동자협회 활동가는 "경비원들은 비상식적인 언어를 듣거나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계약 문제가 있기 때문에 거부할 수가 없다"며 "이들의 초단기계약을 막을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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