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는 우리들에게 '비엔나 커피'로도 유명하다. '아인슈페너'나 '멜랑제'가 비엔나 커피에 속한다. 비엔나가 커피로 유명한 건 비엔나의 독특한 커피하우스 문화 때문이다. 1683년 비엔나를 침공한 오스만투르크(현 터키) 군대가 미처 챙기지 못한 포대에 커피콩이 있었다. 당시 터키를 드나들던 콜치츠키라는 사람에 의해 식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커피콩을 우유와 함께 죽을 쑤어 먹거나 차로 먹었다. 이후 아르메니아의 사업가가 비엔나 커피하우스를 차렸으며, 1983년엔 비엔나커피하우스 300주년 기념행사도 열었다. 2011년엔 비엔나의 커피하우스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는 파리의 살롱 문화와 비교된다. 파리의 살롱 문화는 자유분방하며 폐쇄적인 귀족이나 예술가 중심의 미술과 문학의 공간이라면, 비엔나는 활동적이고 개방적으로 귀족, 서민들이 함께 즐기는 음악과 문학의 공간이었다. 1800년대 비엔나엔 1천여 곳의 커피하우스가 성행했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술과 음식을 나누는 공간을 넘어 당시 지식인 공동체였다. 화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같은 음악가들을 비롯해 심리학자 프로이트, 화가인 클림트, 소설가 카프카 등이 이곳에서 토론과 대화로 성장했다. 가난한 시인들의 시낭송회가 열리고 음악가들의 연주회를 비롯해 체스를 두고 카드 게임을 했다. 심지어 우편물을 배송하는 우체국 역할도 겸했다. 또한 1720년부터는 손님들에게 나라별로 된 신문을 제공해 신문을 보는 공간으로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커피하우스엔 단체석이 있어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이런 대화를 바탕으로 소식지를 만들고 신문까지 발행한 곳도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사람들에게 세 곳의 카페가 필요하다고 했다.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카페, 친구나 지인을 만나는 카페, 그리고 연인과 함께하는 카페 등이 그것이다. 커피하우스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공간임을 잘 말해줬다.
2002년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한 이래로, 현재 한국의 커피 전문점은 어림잡아 9만여 곳. 스타벅스의 원산지인 미국의 4만여 곳과 비교하면 인구 대비, 국토 대비 한국은 엄청난 수의 카페를 자랑한다. 다만 커피 소비 패턴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은 주로 집에서 65%의 커피를 소비하고 커피 판매점에서는 25%를 소비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70%가 커피 전문점에서 소비되는 것을 보더라도 한국인들은 커피 전문점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와 미국의 커피 전문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문화'라는 기준점을 찾게 된다. 비엔나의 커피하우스가 오랜 역사만큼이나 정치와 철학, 예술이 있는 시민사회 활동의 일상이었다면, 미국은 커피를 사고파는 커피 전문점 기능으로 대비된다.
우리의 거리엔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넘쳐난다. 커피 공화국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커피 전문점들이 '제 살 깎아 먹기식' 레드오션에서 '문화와 예술'이라는 블루오션을 추가하면 어떨까. 주인의 취향과 취미 혹은 여가 활동에 맞춘 카페로 탈바꿈시킨다면, 그게 바로 콘텐츠가 되고 문화가 될 것이다. 마니아가 확보된 시공간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롱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린 잘 안다. 커피 전문점도 이제 다른 곳들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진정한 '비엔나 카피하우스' 문화가 우리 주변에도 자리 잡아 각종 마니아들의 '아지트'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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