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처아트 작가들이 표현한 코로나의 잔상은

입력 2022-05-09 10:57:29

31일까지 대구 남구 카페아르토
‘코로나와 우리’ 가구 작품 전시

유종호 작
'코로나와 우리'를 주제로 가구 전시가 열리고 있는 대구 남구 카페 아르토에서 참여 작가와 관계자들이 웃어보이고 있다. 이연정 기자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전과 똑같은 삶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외부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니고, 각종 행사가 속속 재개되고 있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회복일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내면에 남은 잔상과 그 의미는 무엇일까. 지역의 퍼니처아트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대구 남구 카페 아르토에서 열리는 '코로나와 우리' 가구 전시가 그것이다. 유종호 대구대 겸임교수(리우목공 대표)를 비롯해 모두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용찬 작
유종호 작
구건모 작
김용찬 작

유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코로나가 영향을 끼친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의자로 표현했다. 사선으로 놓여진 의자 칸막이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내 마음의 칸막이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관계가 폐쇄적일수도, 개방적일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김용찬 작가는 원목을 소재로 '코로나'라는 음악을 틀고 있는 오디오 세트를 구성했다. 턴테이블의 침이 음악의 끝을 향하는 시점에서, 옆에 놓여진 다음 앨범의 제목은 'Conquest'(극복)이다.

김 작가는 "전파율이 높은 코로나와 소리를 증폭시키는 오디오 시스템이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코로나 음악이 곧 끝나고, 행복과 자유라는 음악이 담긴 다음 앨범을 틀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서찬 작
구건모 작
박준혁 작
김서찬 작

구건모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마스크 속에 표정을 감추고 감정적인 '척' 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바위인 척 하는 폼과 풀인 척하는 종이. 작품 속에서 진짜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 뿐이다. 거울에 붙여진 과장된 입 모양 프린트물들은 마스크 속 숨겨진 감정을 대변한다.

김서찬 작가는 구멍난 4개의 의자 위에 각기 다른 색과 모양을 지닌 판을 올린 작품을 선보인다. 의자를 분리하면 그 속이 드러나 위태로운 모습이지만, 모든 의자를 연결했을 때는 구멍이 메워지며 완전한 모습이 된다.

그는 "코로나를 겪는 동안 소통으로 채워져야 할 부분들이 결핍된 듯하다. 4개의 의자가 짜맞춰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듯이, 이제는 사람들도 서서히 거리를 좁혀 안정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작
박준혁 작
윤미현 작
이상민 작

박준혁 작가는 코로나로 격리된 사람이 겪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한정된 생활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은 나무상자 속은 격리된 상황처럼 어둡고,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은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닮은 작은 구멍 뿐이다. 관람객들이 직접 나무상자 속에 들어가 체험해볼 수 있다.

이상민 작가의 작품은 코로나 이후 급격히 늘어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고를 전한다. 편리하고 저렴하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플라스틱 의자를 본따 만든 콘크리트 작품 속에 마스크 등을 넣어 굳혔다.

윤미현 작가는 온도에 치중한 코로나 시대의 단면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가구 앞에 색테이프를 붙인 아크릴판을 놓아, 가구 본연의 모습을 보기 전 열화상카메라로 가구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본질적인 모습과 사정을 무시한 채 온도로만 분류하는 세태를 담았다.

윤성호 작가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작품을 통해 모니터 속에서만 소비하던 코로나 시대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현실에서 직접 보고, 체험하고, 느껴본 뒤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유 교수는 "코로나가 이제는 지긋지긋한 일이 돼버렸지만, 한 시대의 모습이자 역사다. 작품으로 어떻게 이 시대를 기록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앞으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해결방안을 실제 행위로 이끌어낼 수 있는 디자인의 작품들을 계속 선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윤성호 작
윤미현 작
윤성호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