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의News뷰] 영끌의 눈물 Vs. 보복여행…길 잃은 돈 1천700조원!

입력 2022-04-28 05:00:00

중위소득 가구, 영끌해도 살 집 없다? Vs. 내 집 마련 영끌족, 금리 인상 눈물
코로나 방역 해제, 북유럽 10일 여행 상품 '4천명 상담 쇄도'…분노의 '떠나자'
길 잃은 1천701조원, 文정권 481조원 급증시켜…경제활력소? Vs. 시한폭탄?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19일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정기예금과 적립식 예금 상품의 금리를 0.20~0.30% 포인트, NH농협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한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이 19일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정기예금과 적립식 예금 상품의 금리를 0.20~0.30% 포인트, NH농협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0.25∼0.40%포인트 인상한다. 연합뉴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구입물량지수(K-HAI)는 2017년 16.5%에서 2021년 2.7%로 격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구입물량지수란 중위소득 가구가 보유한 순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았을 때 살 수 있는 해당 지역의 아파트 비율이다.

쉽게 풀이해보면, 2017년의 경우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대출을 끼고 매입할 수 있는 아파트는 100채 중에서 16~17채 정도 되었지만, 지난해에는 그 숫자가 3채도 안 될 만큼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소득 증가에 비해 그만큼 집값 폭등이 높았다는 의미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위소득 가구의 주택구입물량지수도 5년 전 58.7%에서 지난해 44.6%로 14.1% 포인트 감소했다. 집값 폭등이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중위소득은 1인 가구 182만7천831원, 2인 가구 308만8천79원, 3인 가구 398만3천950원, 4인 가구 487만6천290원이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요즘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금융권 대출금리로 인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반면에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조2천36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끌족의 피눈물로 금융권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질 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72%(신규 취급액 기준)로 2019년 6월 1.78%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로 인상되는 등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발 빠르게 대출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의 평균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는 1.86% 포인트로 2021년 5월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영끌족과 서민들의 한숨과 피눈물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자사주 소각 또는 분기 배당을 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러나 저러나 서민들 호주머니 털어 '가진자(주주)' 배를 불려주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닫혔던 국제선 하늘길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사진은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출국 수속 중인 해외 여행객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닫혔던 국제선 하늘길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사진은 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출국 수속 중인 해외 여행객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2년 넘게 억눌렸던 해외 여행 수요가 정부의 방역 해제 방침에 따라 터져나오면서 '보복여행' '분노의 여행'이 급증하고 있다. 전염병 규제로부터의 억눌림을 '보복' 하기 위한 해방감을 만끽하려는 수요와 더불어, '어차피 이번 생에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 하다'는 좌절감이 코로나19로부터의 자유 갈망과 시너지를 내면서 "우리, 대한민국을 떠나자!"라는 분노의 여행 수요를 폭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G마켓과 옥션의 해외 항공권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천86% 급증했고, 해외 현지투어 매출은 1천620%나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이한 점은 판매 순위 10위 중 6곳이 비행시간 6시간을 넘는 장거리 여행지라는 것이다. 지역별 예약자 분석에서도 유럽이 68%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북미·하와이 15%, 동남아 9%, 사이판·괌 4% 순이었다.

한 홈쇼핑에서 판매한 '북유럽 10일' 상품은 1인당 629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4천건이 넘는 상담전화가 빗발쳤고, 26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을 포함해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고객 예탁금 등을 합친 우리나라의 단기 부동자금이 올해 2월 말 기준 1천701조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2월 말 단기자금 규모는 1천220조 정도였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코로나 정책 자금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최근 2년 사이에 단기 부동자금이 무려 481조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한 달 평균 10조원씩 증가한 것이다.

대다수 서민들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도와 파산을 걱정하고 있지만, '넘쳐나는 돈'을 감당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특권 계층이 존재하는 것이 2022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급증한 유동성(넘치는 돈)이 좋은 투자처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분될 경우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를 맞아 윤석열 정부 출범에 '발목'을 잡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1천700조원이 넘는 거대한 자금'이 올-스톱 대기 상태이다.

이런 상황 속에 부동자금이 언제든 아파트 등 자산가격을 밀어올릴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편집자 주) [석민의News뷰]는 뉴스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엿보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