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도산서원 원장님께 간곡한 말씀 올립니다.
원장님께서 중앙 공직에서 물러나 안동으로 내려오셔서 후학과 지역학을 위해 애쓰신 세월이 벌써 십수 년이 지났습니다.
원장님의 이 같은 모습은 마치 옛 선비들이 중앙 정치에서 물러난 후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나섰던 모습과 흡사해 모두들 존경스러워합니다.
퇴계 선생께서 어린 임금의 허락을 받아 조정에서 물러나 귀향하시고, 도산서당에서 후학들을 양성하시던 모습이 원장님을 통해 뵈옵는 듯하다는 이들도 상당합니다.
원장님, 오늘 제가 지면을 통해 원장님께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 자칫 외람된 일일지라도, 작금의 호계서원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유림 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갈수록 깊어지는 데 대해 한 말씀 올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호계서원은 옛 안동현의 수서원입니다. 450년 병호시비라는 영남 유림의 갈등을 안고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뜻있는 경북 지역 인사들을 비롯해 유림 사회의 중의가 모여 호계서원이 복원되고, 수백 년 병호시비를 낳았던 위패 복설 문제까지 해결했던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예안향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 유림 일부들이 호계서원 위패 복설과 제향 의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하고 반목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상계문중을 중심으로 한 퇴계 후손 일부는 서원에 복설됐던 선생의 위패를 밖으로 모셔 나가 불에 태워 땅에 묻었습니다.
최근 호계서원 운영을 맡고 있는 양호회가 춘계향사를 봉행하자, 이들은 구미 지역을 찾아 구미의 몇몇 인사들과 함께 호계서원 복설에 노력해 왔던 한 유림 어르신을 곤혹스럽게 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퇴계 선생 위패를 소송한 모습도,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을 확산시키는 모습도, 안동 유림 사회의 갈라짐이 영남 유림을 벗어나 전국 유림 사회에 비난으로 비치는 모습도, 모두가 안타까움입니다.
사태가 이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갈등을 봉합하고 중재하려는 움직임이나 시도조차 없으니 갈등만 증폭되고, 지역사회 전체가 전전긍긍하는 듯합니다.
제가 원장님께 간곡한 말씀을 올리는 것은 이 같은 갈등의 한복판에서 원장님의 중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림의 갈등을 걱정하는 숱한 이들의 뜻도 '원장님의 중재 움직임'을 말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원장님, 원장님께서는 호계서원 이전 당시 부지를 정할 때 한국국학진흥원 곁에 있는 지금의 부지를 제공하고, 건의하셨다는 이유 때문에 한 차례 곤욕을 치르셨습니다.
작금의 호계서원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퇴계 종손을 비롯해 지역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가장 큰 믿음을 받고 계십니다. 이 때문에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원장님께서 중재하시는 모습을 간절히 바라는 많은 이들의 원을 나 몰라라 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부디 공직에서 물러나 퇴계 선생의 삶을 알리고 이어가시는 그 마음으로, 갈가리 찢어지고 갈등이 깊어지는 유림 사회의 작금의 모습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마시고, 중재하고 다독여 생채기를 아물도록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말씀 올립니다.
모두가 지금의 유림 갈등을 안타까워만 합니다. 대다수 인사들이 원장님의 적극적인 중재만이 지금의 유림 사회를 봉합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머리 숙여 기원 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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