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합의한 '검수단박'(검찰 수사권 단계적 박탈)은 검찰에 수사권이 있는 6대 범죄 중 부패·경제 범죄는 한시적으로 남겨 두고 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대형 참사는 박탈하는 게 골자다. 이 중 가장 우려하는 사항이 공직자·선거 범죄가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가는 것이다. 직권남용 등 고위공무원 범죄와 선거법 위반 등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증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재안 내용이 입법화되면 검찰이 공무원의 부패 범죄는 수사할 수 있어도 직권남용 같은 직무상 범죄는 수사할 수 없다. 선거 사건 수사에서도 검찰은 손을 떼야 한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능해지고, 향후 이와 같은 유형의 공직자·선거 범죄 수사도 검찰이 하지 못하게 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서 공직자·선거 범죄를 빼 사실상 고위공무원·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봉쇄했다. 여야 합의를 두고 '야합'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선거 범죄가 경찰로 승계되고 나면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졸속으로 마무리하는 일이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외압에 경찰이 검찰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해 선거 수사가 정치권력에 휘둘릴 우려도 있다. 선거 범죄가 암장(暗葬)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야 합의에 대해 "취임 이후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작년 '검수완박'에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한 것보다 발언 수위가 낮아졌다. 검찰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검수완박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우려했듯이 검수완박으로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가 현실화할 우려가 크다.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이로 인해 국민 피해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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