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타운하우스 지은 소형 건설사, 제주 최대 개발사업 참여 경위 의혹

입력 2022-04-19 22:19:09 수정 2022-04-19 22:19:49

타운하우스 지은 A사, 민간특례 참여 2020년 당시 건축능력 250위, 토목능력 389위로 낮아
타운하우스 개발 B사는 원 후보자에 집 매각…제주 최대 민간특례사업 참여 A·C사 대표는 원 후보자와 이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사는 단독주택 타운하우스를 지은 건설사는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그에게 집을 싸게 판 이후 제주도내 관급공사 수주 실적이 11배 뛴 데다, 최근 제주 최대 개발사업을 따낸 컨소시엄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원 후보자 거주 타운하우스 '아라리움' 건설사, 제주 최대 민간특례사업 참여

한겨레 19일 보도에 따르면 원 후보자가 2014년 7월부터 거주해 온 타운하우스 아라리움의 건설사 A건설은 지난 2020년 12월 제주 지역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린 총 사업비 8천262억원 규모 '오등봉 근린공원 개발사업'(이하 오등봉 개발사업)의 컨소시엄 사업자로 선정됐다.

오등봉 개발사업은 호반건설과 제주 지역 건설사 4곳과 컨소시엄을 꾸린 '오등봉 아트파크 주식회사'가 사업권을 따냈다.

오등봉 개발사업은 과거 한 차례 추진 불가 판정을 받았던 사업이다.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로 재임하던 지난 2016년 9월 제주시는 '경관 훼손 우려, 재해 위험 우려, 교통난 가중' 등 이유를 들어 추진 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약 2년 뒤인 2018년 7월 원 지사는 이를 "민간특례사업으로 추진하라"고 방침을 바꿔 지시했다. 이에 제주도는 지침 변경을 거쳐 지난 2020년 12월 사업자를 확정하고 추진 중이다.

원 지사가 민간특례사업 추진을 지시한 2018년 7월 제주도 회의록에 따르면 원 지사는 '도시계획시설 종합대책 마련' 회의에서 오등봉 개발사업에 대해 "2020년까지 민간 투자에 의한 개발이 최적의 대상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에 따른 일정, 공공재원 조달 방식,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한지 등 문제점 없이 논의될 수 있도록 정확한 자료를 현행화해 달라"고 말했다.

사업 구조를 보면, 일몰제로 사라지는 오등봉공원 일대 76만4천863㎡ 부지 가운데 9만1천151㎡에는 아파트 2단지 1천429가구를 짓고, 나머지 67만3천712㎡에는 여가·휴식공간인 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공사비가 얼마든 민간 사업자 수익률은 전체 사업비의 8.91%로 확정해주도록 설계됐다.

오등봉 개발사업비는 추진 당시 8천262억원으로, 민간 사업자는 수익 800억원 중 공공기여금 100억원을 제외하고 7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다. A건설은 호반 컨소시엄에 출자금 10억원을 투자해 70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직원 10여 명 중소형 업체, 원희룡 제주지사 취임 후 실적 11배 ↑

A건설이 해당 컨소시엄에 참여할 능력이나 자격이 있었는지를 두고 갖은 의혹이 나온다.

A건설은 2006년 설립해 법인 등기한 뒤 학교 개보수공사를 주로 수주하던 건설업체였으며 직원은 10여 명, 매출은 50억~100억대 수준인 중소형 업체다.

한겨레는 A건설이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로 취임한 2014년 이후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건설사가 지은 아라리움에 원 후보자 부부가 입주한 뒤로 2015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의 관할 기관들로부터 여러 공사를 수주하며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조달청의 A건설 수주 기록을 보면 A건설이 제한경쟁입찰에 참여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로부터 따낸 관급 공사는 2015년 이전 2건에서 이후 9건으로 늘었다.

발주처별로는 ▷제주특별자치도 4건 ▷제주시 1건 ▷서귀포시 3건 ▷제주도상하수도본부 1건 등이었다.

계약금액도 8억6천600만원에서 76억5천만원으로 급등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9천6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11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18년에는 공사실적 133억8천만원 중 약 40%를 관급공사 수주 실적(53억8천700만원)으로 채웠다.

그럼에도 오등봉 개발사업에 참여한 2020년 당시 A건설의 시공능력은 그리 높게 평가받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국토교통부가 건설공사실적·경영상태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 결과(건축공사업)'를 보면, 2020년 당시 A건설은 건축공사업 분야에서 250위, 토목 분야에서 389위에 그쳤다.

제주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실적·전문인력 보유, 자기 자본 보유 등 사업 평가 항목에서 A건설은 전혀 경쟁력이 없다. '지역 업체 포함' 가산점 규정이 있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역 내 종합건설업체 130여 곳 중에 A건설이 어떻게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최대 규모 개발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후보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후보자. 연합뉴스

◆원 후보자, 타운하우스 건설사 대표 및 오등봉사업 참여 건설사 대표와 이웃

원 후보자가 A건설이 지은 아라리움에 살기 시작한 것은 당시 B레미콘사 대표가 보유한 해당 단독주택을 7억5천만원에 배우자 강윤형 씨 명의로 매입하면서다. B레미콘사는 A건설과 함께 아라리움을 개발한 업체다.

한겨레는 A건설 대표가 아라리움에 대해 "원래 제주지역 건설업체 대표들이 모여 살려고 지은 타운하우스인데, 동업자인 B레미콘사 대표가 원 후보자에게 해당 단독주택을 팔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원 후보자에게 집을 판 B레미콘사 대표는 "강윤형씨가 집을 싸게 달라고 해 원가 수준에 팔았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 후보자가 사는 단독주택 단지 아라리움에는 현재 8가구만 거주한다. 이곳에는 A건설 대표도 살고 있다. 오등봉 사업에 참여한 또 다른 제주 건설업체 C건설 대표도 같은 단지에 산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두 건설업체 대표와 원 후보자가 타운하우스의 이웃인 셈이다.

A건설 대표는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로 재임하던 때 회사가 오등봉 사업에 참여하고 관급공사 수주도 급증한 이유에 대해 "오등봉 사업은 (아라리움에 사는) C건설 대표를 통해 참여했다"면서 "관급공사 수주가 늘어난 것은 운이 좋아서다. 원 후보자와는 잘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원 후보자가 A건설과의 관계, '오등봉 근린공원 개발사업' 참여 사실 등 질의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