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봄날 텃밭

입력 2022-04-15 20:02:51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봄이 한창인 요즘, 근교 들판이나 도심 자투리 땅에서 도시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대규모로 농사짓는 전업 농부들과 달리 도시 농부들은 전문 기계나 장비 대신, 호미·삽 등 기본적인 농기구와 육체의 힘만으로 농사를 짓는다. 격하게 몸을 쓰지 않고도 땀을 흘릴 수 있다는 점은 텃밭 농사의 큰 매력이다.

현대 한국인들, 특히 도시인들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한다. 직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 수준이 높고 분업화가 많이 진행됐음을 의미한다. 마차와 자동차 제작 과정을 비교해 보면 기술 수준과 분업화 정도의 차이, 즉 기술이 발달할수록 일자리 종류가 늘어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직업의 다양화·세분화에 따라 대다수 직업인들은 고도화된 기술 분야 중 특정 분야에만 정통한 사람이 되어간다. 자동차 제조사에 다니는 직원들 중에 자동차 제작 전반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근로자들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서만 알 뿐이다. 자동차의 각 부품이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듯 사람도 부품화, 기능화하는 셈이다. 부분적이고 기능적인 일을 반복함으로써 단위 시간당 또는 단위 인력당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근로자 개인은 무기력해진다. 생산과정에서 이른바 '인간 소외'가 발생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전문 영역에 종사하느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몰이해도 점점 커진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텃밭 농사를 짓자면 농사 전체를 조망하고 관리하게 된다. 분업과 분절에서 오는 소외감과 무기력감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것이다. 마치 수공업 장인들이 제품 제작 전반에 걸쳐 온갖 궁리를 하듯, 텃밭 농부들도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풀을 뽑고, 병해충 퇴치를 위해 온갖 고민을 한다. 그리고 수확한 농산물을 이웃과 나눠 먹으며 색다른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분업화·전문화된 현대인의 직업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면, 전체를 관리하는 텃밭 농사는 보람과 즐거움을 준다. 한껏 부풀어 오른 봄, 대지로 나가 땀 흘릴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