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이 4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432조원에 육박하는데, 5년 만에 2배가량 불었다. 일시불(一時拂) 수령보다 안정적 노후를 위해 연금처럼 받도록 만든 것이 퇴직연금이다. 회사는 금융기관에 퇴직금을 적립하는데 적립금을 회사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근로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개인이 별도로 가입하는 퇴직연금, 즉 개인형 IRP도 있다. 모두 합친 적립금이 432조원이며, 절반가량인 약 215조원은 받을 연금액이 정해진 확정급여형이다. 새 정부 들어 퇴직연금이 화두로 등장했는데, 이유는 수익률이 너무 낮아서다. 최근 6년간 명목상 평균 수익률이 2.8%에 그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수익이 없다고 봐도 무방(無妨)하다.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일 가능성도 높다.
국민연금의 6년 평균 수익률은 8.69%에 이른다. 퇴직연금은 거의 대부분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묶여 있지만 국민연금은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분산 투자해서다. 따라서 퇴직연금도 국민연금처럼 기금화(基金化)하자는 주장이 정·관계와 학계에서 나온 것이다. 물가 인상도 감안하고 노후에 안정적 소득도 보장하려면 원금을 넉넉히 불려야 하는데, 지금처럼 개별로 운용해선 수익은커녕 금융사 수수료를 떼면 손해라는 이유다. 퇴직연금 운용 주체를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누구로 정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여당 의원들은 여러 퇴직급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기금화가 고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기본투자 운용 방안(디폴트 옵션)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퇴직금 특성상 거의 대부분 초저위험 자산에 투자하는데, 이를 보다 공격적 투자가 가능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금융투자업계와 국민연금공단의 경쟁도 걱정스럽고, 지금껏 힘들게 유치한 가입자들이 이탈할까 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고용노동부는 6월까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를 진행한 뒤 하반기에 정부 개정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안정과 경쟁, 원금 보장과 수익 사이의 절묘(絕妙)한 합의점을 찾는 게 핵심이다. 첨언(添言)하자면 지금껏 퇴직연금 적립금이 2%대 수익률에 그쳤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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