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강우 시인·소설가
보이저1호가 태양계를 벗어난 지 벌써 10년여가 흘렀다. 시속 6만1천㎞, 총알속도의 17배이다. 그러니까 눈 한 번 끔뻑하면 한라산 백록담에서 서귀포항에 이르는 속도로 날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보이저1호는 240억㎞ 이상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신호를 보내면 거의 이틀이 지나야 답신을 받을 수 있는 거리다.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 1990년 보이저1호가 지구에서 약 60억㎞ 떨어진 곳,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은 지구의 이름이다. 계획에 없던 이 사진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다. 칼 세이건은 그의 저서에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 점이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 집이고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아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 지금껏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저기에서 살았습니다. 인류의 모든 기쁨과 고통,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많은 종교와 이데올로기와 경제 체제가 저기에 있었고 수렵과 채집을 했던 이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 문명을 창조한 사람들과 파괴한 사람들, 왕과 농부들, 사랑에 빠진 젊은 청춘들, 엄마와 아빠들, 꿈 많은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들, 도덕을 가르친 선생님들과 부패한 정치인들, 슈퍼스타와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 성자와 죄인들이 모두 저 먼지처럼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칼 세이건의 말을 재구성해 보았다. 사진을 보면 그의 말이 맞다는 걸 알 수 있다. 0.12픽셀. 사진 속 지구의 크기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에서 1픽셀은 보통 0.1~0.3㎜ 정도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진 속 지구는 작은 모래알 정도의 크기로 실감된다.
식상하다 못해 욕지기가 치미는 뉴스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군과 이란군의 교전,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하마스 간의 전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끝없는 소모전 등 이른바 '영토 분쟁'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분쟁을 야기하는 호전적 성향의 정치인들을 모두 태우고 날아가는 우주선을 상상해 본다. 우주선은 지구가 점 크기로 보이는 지점쯤에서 멈춘다. 승객들을 우주선의 전망대에 나란히 세운 뒤 지구를 보게 한다. 자신들의 영토가 보일까? 여전히 자존심을 찾으려 할까? 종균(種菌)을 닮은 인간이 보일까? 그들은 웃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