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곽수종] 문제의 '겉'과 '속'

입력 2026-05-06 08: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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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장(경제학박사)

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장(경제학박사)
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장(경제학박사)

에너지 쇼크에도 글로벌 경제가 잘 버티고 있다. 여기에는 다음 네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에너지 효율성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오일 쇼크 때보다 '공급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강화됐다. 2000년 이후 GDP 1달러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이 미국·유럽은 약 33%, 중국은 약 40% 감소했다. 둘째, 에너지 비축량도 충분하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일일 1,300만 배럴의 공급이 차단되었으나 일본·한국(약 200일분), 유럽(130일분), 중국(100일분) 등이 보유한 막대한 전략 비축유가 단기적 완충 작용을 수행하고 있다.

셋째, AI 붐과 수출이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인공지능 열풍으로 인한 데이터 센터 및 반도체 수요 폭증이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대만 68%, 한국 50% 급증)을 견인하며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상쇄하고 있다. 넷째, 주요국 통화 정책에 나름 여유가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달리 현재는 내부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즉각 인상하지 않고 상황을 관망할 수 있어 경기 '연착륙'의 기회를 엿보는 중이기도 하다. 다만 이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과 양극화 문제는 악화될 여지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성장률은 2%대 침체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으며, 비축량이 없고 AI 수혜를 입지 못하는 저개발국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시장도 '조울증' 증세를 보이기 일상이었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저평가 되어왔던 '한(恨)'이라도 풀어내듯 곧 6900을 찍었고 7000도 넘을 기세다. 미 증시는 더 한 듯하다. S&P500이 7100을 넘었고, 다우도 5만을 넘길 듯하다. 인텔과 애플의 칩 생산 협력 소식으로 인텔 주가가 무려 14%나 급등하는 덕에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만하면 온 세계가 '태평가(太平歌)'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말이죠" 그렇지 않다는게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체이스 회장과 워렌 버핏 전 버크셔 헤셔웨이 회장의 경고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까? AI가 메모리 칩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제품 중 하나로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전례 없는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이다. 2026년 1분기 삼성전자가 300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메모리 칩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0% 상승하며 초기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의 2026년 합산 순이익은 약 3,5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을 제치고 세계 상장사 이익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시장 순위에도 변화기 있을 것 같다. 1년 전 10위권 밖이었던 메모리 제조사 3사 모두 글로벌 이익 톱 10 진입 유력하다.

여기엔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AI 학습용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스마트폰, PC용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 최근 AI 추론(Inference) 수요 증가로 일반 서버용 메모리 수요까지 폭증하고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어 2027~2028년까지는 본격적인 공급 확대가 어려운게 현실이다. 사상 최악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구매 고객의 30~50%만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기존 구두 합의 방식에서 5년 장기 계약, 선급금 30% 지불, 공장 투자비 분담 등 고객에게 불리하거나 구속력이 강한 계약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AI에 버블은 없지 않을까?

둘째, 미국 재정부채 규모가 GDP 대비 100%를 넘어섰다. 10년만기 재무성 채권 금리가 4.5%를 건드리고 있고, 30년 만기 채권금리는 5%를 넘본다. 시장 금리는 12%대까지 육박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소리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트라우마가 있는 미국과 세계경제는 연방 주택 보조금 종료에 따른 미국 내 주택 압류가 점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먹구름이 몰려올까 걱정이다.

그리고 셋째, 여기에 '그림자 금융'을 더한다. 3.5조 달러 규모다. AI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분식회계나 밑장 빼서 윗장 메우기 식이나 불투명한 순환출자 구조가 만연할 것라는 걱정이 현실화된다면…. 지금은 비관의 부정과 낙관의 긍정 모두 위험한 시기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