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의 페리스코프] 3군 사관학교 통합, 국가안보를 흔드는 위험한 실험

입력 2026-05-0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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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지난 24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개최된 제56기 의무사관 및 제23기 수의사관 임관식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임관장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개최된 제56기 의무사관 및 제23기 수의사관 임관식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임관장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개최된 제56기 의무사관 및 제23기 수의사관 임관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개최된 제56기 의무사관 및 제23기 수의사관 임관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이재명 정부는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오랜기간 활동했다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안보 자해 행위로 질주하고 있다. 개혁은 군을 강하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장교 교육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전문연구나 검토 없이 TF를 편성하여 금년 말 시한부로 통폐합 방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하며,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하려는 졸속행정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통폐합안에 대하여 심층연구도 없고 의견수렴을 하면서 한 사람이 몇 번을 답변해도 되는 설문 결과를 토대로 추진하며 국방부와 각군 본부 수뇌부도 통폐합안에 대하여 입도 뻥긋 안 하는 침묵의 행태를 개탄하면서 사관생도들만 반대 목소리를 내는 참담함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적지도 없이 수단부터 논하는 '졸속 개혁'

현 정부의 3군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출발부터 잘못됐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 즉 '대한민국 국군은 합동군인가, 통합군인가'에 대한 개념 정립조차 없이 사관학교 통합을 논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즉흥적 발상이다.

군 구조의 최상위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체계를 먼저 흔드는 것은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자동차로 갈지 배편으로 갈 건지를 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정책이 아니라 '전략과 사고의 결여'다. 합동군은 각 군의 전문성을 유지한 채 협동성을 극대화하는 구조이고, 통합군은 조직 자체를 일원화하는 구조다. 이 둘은 군사철학과 운용개념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는 이 근본적 선택을 회피한 채 가장 민감한 장교 양성체계부터 손대고 있다. 이는 상위 전략 없이 하위 구조를 건드리는 전형적인 '거꾸로 정책'이며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접근 방안이다.

미국조차도 장교 양성체계 개편에 수년 간의 연구와 치열한 논쟁을 거쳤다. 그들은 장교양성체계검토(RETO), 장교전문개발연구(PDOS)를 통해 검토를 하고 미 의회에서는 국방개혁 논쟁을 통해 교리와 전략,부대구조,전력구조,인력양성 검토를 통해 면밀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우리는 단 6개월 짜리 TF로 80년 동안 정립된 안보체계를 재편하려 한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무모한 실험'이고 '전통 파괴'다.

◆ '효율'로 위장된 정치, 군사개혁의 숨은 의도

이번 통합 논의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효율성'이라는 단어다. 정부는 통합을 통해 효율성이 증대된다고 주장하지만 그 효율이 무엇인지, 어떻게 측정되는지, 무엇이 개선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의도적으로 군 경험이 없는 연구자를 책임연구원으로 임명하여 공개 논의에 초청해도 응하지 않고 질의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하는 민망한 안을 도출하여 추진하고 있다.   

군사에서 효율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전투력, 지휘체계, 전문성, 전장 적응력 등 복합적인 요소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작금의 논의는 이런 본질을 외면한 채 '통합=효율'이라는 단순 도식만 반복하고 있다. 이는 논리가 아니라 선동이다. 이 통합 논의는 과연 군사적 필요에서 출발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목적을 '효율'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것인가. 특정 사건을 이유로 특정 출신 집단을 문제시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제도를 해체하려는 흐름이 보인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정치적 숙청과 청산'에 가깝다.

◆국가안보 정책은 감정으로 설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논의는 냉정한 전략이 아니라 정치적 정서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피로 세운 군을, 몇 명의 오류로 부정할 것인가? 만약 사관학교 통합의 진정한 목적이 일부 문제 인물 때문에 특정 출신 체계를 해체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국가적 자해 행위다. 육군사관학교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교육기관이다. 한국전쟁 당시 육사 출신 장교의 23%에 해당하는 1,231명이 전사했고 63%가 부상을 입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위한 피의 기록'이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39명의 장교가 전사했고, 대간첩작전 과정에서도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이러한 헌신과 희생은 몇 명의 잘못된 인물 때문에 모두 깍아내려지고 부정되어야 하는가?

만약 그 논리가 정당하다면 문제 인물을 배출한 다른 교육기관과 정당, 조직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해체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수많은 엘리트 교육기관에서도 문제 인물은 존재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관 자체를 해체하자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지금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가진 모순이다. 국가를 위해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조직을 소홀히 여겨 가장 가볍게 해체하려는 발상이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이 통폐합은 누구를 위한 조치이고 해체인가? 왜 심층 연구 검토와 수없이 제기되는 반대 논리에 답도 제대로 못하고 암암리에 추진하면서 졸속으로 개편하려 하는가? 군의 희생을 기억하고 기리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희생을 지운 채 효율만 말하는 국가는 결코 강해질 수 없다.

◆통합이 아니라 강화, 해체가 아니라 계승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통합이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그 위에서 합동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다양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 운용에서 나온다. 사관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80년 동안 피와 헌신으로 축적된 국가 전략 자산이다. 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부 3대에 걸쳐 육사를 이전하고 통폐합하여 유명무실화하려는 획책은 육사를 국가 충추 교육기관으로 생각한다는 역설적 반증이다.

이를 단기간의 정치적 판단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는 무책임을 넘어 위험한 발상이다. 목적 없는 개혁, 설명 없는 효율, 희생을 무시한 구조 개편은 국가안보를 무너뜨리는 지름길이다. 안보는 실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그 실패의 대가는 언제나 국민이 치른다.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군을 해체하는 개혁이 아니라 상무정신을 함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