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김태일] 경주 APEC에 김정은 초청하자

입력 2025-06-17 12:00:17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초청하자. 내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의 얘기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이 지사는 지난 2월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을 했다.

고백하자면 당시 나는 이철우 지사가 대선후보 경선에 나온 것에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었다. 경북지역이 대형 산불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그것을 수습해야 할 도지사가 휴가를 내고 경선 운동하러 돌아다니는 것이 못 볼 일이라고 목청을 돋우었다. '새로운 박정희'가 되겠다고 한 그의 이미지 설정도 마뜩잖았던 터라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를 긁어댔다.

그런데 이 지사가 후보 공약의 하나로 '경주 APEC에 김정은을 초청하자'고 하는 말을 듣고는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그런 구상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가 궁금하여 검색까지 해봤는데, 그것은 이 지사에게 저작권이 있는 것 같았다. 모르긴 해도 최초로 그것을 공론의 영역에 올린 것은 이 지사로 보였다.

'경주 APEC 김정은 초청'은 좋은 생각이었다. 이 지사는 내친김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경주에서 만난다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진전, 국제사회의 긴장 완화에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트럼프가 이런 일을 앞장선다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 구상은 이 지사가 대선후보 경선 컷오프에서 미역국을 먹는 바람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는데 지금 이것을 다시 꺼낼 필요가 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새로운 정부의 국정운영 과제를 정리하고 있고 그에 따라 우리 지역도 어떤 미래 비전과 과제를 국정에 반영할 것인가를 두고 분주하다. 이제는 야당이 된 국민의힘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손을 잡고 이 의제를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대구, 경북의 여야가 손을 잡고 협력과 연대의 힘을 만들어 지역과 국가 발전은 물론 세계 평화 실현에 나선다면 그것만큼 아름답고 보람 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APEC 경주 개최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우리 지역 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 신라 천년 역사와 세계문화유산을 자랑하는 경주와 대구, 경북의 문화적 향기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십 개 국가의 정상과 각료 등 2만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형 다자외교 행사로 한국의 외교, 경제,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할 중요한 기회가 분명하다.

우리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엄청난 생산 유발 효과와 수천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은 빈말이 아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대구, 경북의 존재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 지역의 첨단산업과 중소기업의 국제화, 그리고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 강화는 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 APEC 초청은 이런 일반적 효과에 덧붙여 안보와 경제협력에 엄청나게 큰 구체적 영향을 낳을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경주에서 만나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데면데면해진 관계를 걷어낸다면 평화 프로세스 재개에 좋은 계기가 될 터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 지역이 연일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된다면 얼마나 기쁠 것이며 그것이 지역 발전에 미치는 효과는 얼마나 크겠는가.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여 APEC 정상회의에 세계의 관심이 모이게 된다면 지방의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 목표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002년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대구와 경북 일원에서 개최한 바 있다. 그때 북에서 온 선수들과 응원단이 함께 하면서 느꼈던 우리 지역의 자부심, 즐거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북에서 온 선수, 응원단과 함께 하나가 되어 남, 북을 응원했으며 그 모습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우리 지역은 단숨에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우리 지역사회의 개방화는 덤이었다.

물론 이 일은 외교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우리 지역에서부터 손을 잡고 협치를 하면 못 할 일은 아니다. 이철우 지사와 임미애 국회의원이 곧 한 번 만나라.